세계은행(WB)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린 가운데 영국 경제에도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 8일 OECD 발표에 따르면 영국은 올해 3.6% 성장하는데 이어 내년에는 0%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각각 1.1%포인트, 2.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는 영국이 주요 선진국 그룹인 G7(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중 올해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에서 내년 가장 느리게 성장하는 국가로 추락한다는 의미다.

로렌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금리 인상, 세금 인상, 무역 감소, 비싼 에너지비용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올라 올해 말 10% 이상으로 정점을 찍고 내년 말에는 약 4.7%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발표에는 모든 가구에 에너지요금을 400파운드(64만원) 깎아주는 등 150억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한 물가 안정 긴급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영국을 세계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의 경제는 이러한 문제를 대응하기에 탄탄하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의원은 OECD 보고서에 대해 “영국 경제가 직면한 극단적인 과제들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G20에서 영국보다 나쁜 성적을 낼 국가는 러시아 뿐” 이라며 “영국 성장이 내년에 멈추게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OECD의 비관적 전망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 인플레이션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말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가 될 가능성 크지만 내년 말에는 4.7%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때쯤 에너지 비용의 상승 속도가 줄거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한 이유는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둔화에서 비롯된다. OECD는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4.5%에서 3%로 끌어내렸다. 상향 조정된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호주 두 곳 뿐이다.

OECD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세계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2년 만에 회복하게 된 경제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