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동일본대지진 이후 멈춰 있는 원전을 재가동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도 원전 활용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원전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마루야마 다쓰야 시마네현 지사는 최근 마쓰에시에 있는 시마네원전 2호기 재가동에 동의했다.

시마네원전 2호기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형태의 비등수형(BWR) 원자로여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내 공급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력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대에서 2030년 20~22%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노후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데 60억달러(약 7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전기료를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원전이라는 판단에서다.

원전에 회의적이던 유럽 국가들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자국 내에 최대 14기의 원자로를 신규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영국에 최대 8개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외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체르노빌 사건으로 원전을 기피하던 동유럽 국가들도 원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유가와 천연가스가 크게 뛰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제재를 가하자 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응해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 가스 공급을 끊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사람의 협박을 받을 수는 없다”며 “다시는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유럽 전역에서 원전이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원전을 대안으로 점점 더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