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아시아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인상했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으로 심해진 원유 수급난 등을 반영했다.

증산 사흘만에…사우디 유가 인상
아람코는 5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7월 인도분 아랍경질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5달러로 책정했다. 직전 배럴당 4.4달러(6월 인도분)에서 약 47% 인상했다. 유럽 북서부로 수출하는 아랍경질유 OSP(7월 인도분)도 배럴당 2.1달러(6월 인도분)에서 4.3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렸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랍경질유 OSP는 5.65달러로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OSP는 아람코가 책정하는 일종의 프리미엄 가격이다. 한 아시아 원유 트레이더는 “배럴당 1~1.5달러 인상될 줄 알았는데 예측을 벗어났다”며 “인상폭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의 60% 이상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수출한다.

가격 인상 조치가 최근 증산 효과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오는 7~8월 원유 생산 규모를 하루 64만8000배럴로 기존보다 50% 늘리기로 지난 2일 합의했다.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인즈 매니저는 “OPEC+가 증산을 공표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람코가 지체 없이 원유 가격을 올렸다”며 “이번 인상 조치는 원유 선물가격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 수요가 견고한 탓에 국제 유가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와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 때문이다.

이날 국제 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7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3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날 브렌트유도 장중 120달러를 넘겼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