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의 재택근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테슬라 본사 직원의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면서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당수 미국 기업이 코로나19 방역 완화에도 직원들이 선호하는 재택근무를 쉽사리 풀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의 사무실 복귀 정책도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든 직원은 사무실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며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 직원은 퇴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직급이 높은 임직원일수록 사무실에 나와 존재감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좋은 신제품을 공개한 지 얼마나 오래됐느냐”며 “내가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지 않았으면 테슬라는 일찍이 파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와 대면하며 소통해야 생산성이 높다는 머스크의 인식은 재택근무 해제를 유도하려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경영진과 결을 같이한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번 조치로 경쟁사에 인재를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근무 유연성은 ‘대퇴사 시대’에 인재를 끌어올 핵심 유인책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테슬라 본사 직원의 8~9%가 이번 정책에 반발해 즉시 퇴사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수년간 직원의 약 20%가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연근무를 원하는 테슬라 인재를 노린 빅테크 및 경쟁 전기차업체의 영입 시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2019년 구글에서 애플로 옮겨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일하던 이안 굿펠로는 지난달 ‘친정’의 인공지능(AI) 계열사인 구글 딥마인드로 돌아갔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자 애플이 직원들에게 주 3회 이상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후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사무실 복귀 추진을 중단했다.

아마존과 구글도 일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등은 직원들이 원할 때 언제든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머스크가 인수를 추진 중인 트위터도 재택근무를 허용한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직원들에게 “어디든 스스로가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하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