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출 제재를 피한 중국 기업들을 파악해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미국의 수출 제재에 대한 중국 측의 회피 시도를 조사 중"이라며 "새로운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 당국은 해당 기업에 대한 수출을 규제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돼 온 대중(對中) 견제 정책이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이 별도 법인 설립 등을 통해 기존 제재망을 피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런 기업을 적발해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대중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를 위해 동맹들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상 우려를 들어 12개의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현대화 및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무기 확보 작업에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12월엔 중국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과 11개 산하 연구소가 두뇌 조종 무기 개발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추가했다. 올해 2월에도 33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기업들은 미검증 리스트 기관에 수출할 경우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 미 재무부 한 고위 관료가 중국 관세 인하 문제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 및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다른 입장을 피력해 주목을 받았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직면한 난제 중 하나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업 경쟁력을 잃게 된 점"이라며 대중 관세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는다"며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관세(25%)를 유지할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8.3%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이런 와중에 재무부의 2인자가 신중론을 밝힌 것이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단기적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장기적 문제도 해결하고자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중 관세가 고용과 기업 경쟁력 유지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무부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에 "아데예모 부장관의 인터뷰 발언은 상반된 견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 관세 철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미 행정부 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캐서틴 타이 USTR 대표도 "대중 관세 철폐 방안은 물가 안정 효과가 작은 데다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 무장 해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