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경기침체 여파 당시 살포한 대규모 현금이 미국 증시의 불장을 떠받들었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하버드대의 로빈 그린우드, 뉴욕대의 제프리 우글러·토머스 래리츠가 공동집필한 연구 논문을 토대로 "미 정부의 8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약 1001조원)이 미국 증시 수익률을 드높인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는 2009년 이후 꾸준히 호황세를 이어왔지만 특히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현금살포 덕분에 집약적인 강세장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유입금액은 2020년 3월 1만달러에서 작년 12월 2만1416달러로 폭증했다.

연구진들은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 것에 주목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활발히 투자한 균등 가중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150%에 달했다. 동기간 주식 시장 전체의 상승세는 38%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게임스톱 등 밈 주식(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주식) 사태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기술을 돋보이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원인은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친 현금살포의 시기와 주가 상승의 연관성이 뚜렷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차 경기부양책(미국인 1인당 1200달러)이 시행된지 2주 후인 2020년 4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은 13% 상승한 반면, 전체 주식 시장은 2% 오르는 데 그쳤다. 2020년 12월 미국인들이 2차 부양책으로 600달러를 손에 쥔지 2주 뒤에도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종목은 24% 급상승했다. 이 역시 시장 전체적으로는 4%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익률이다.

이들은 "총 8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자금 중 10~15%인 1000억달러 정도가 곧바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1년 3월에 있었던 3차 경기부양책(미국인 1인당 1400달러)의 경우 가시적인 효과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