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게 좋아"는 옛말…'불황형 상품' 내놓는 美 소매업체
한국에선 우유 용기 하면 1L 종이팩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에선 1갤런(약 3.8L) 용기가 주류다. 승용차를 끌고 가 생활용품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하는 미국인들의 소비 습관 때문이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마트가 0.5갤런(약 1.9L) 용량 우유의 진열 비중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1.9L짜리 용량 우유 제품을 매대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 퍼너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이 덜 비싼 유제품과 고기류 등으로 구매물품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치솟자 미국 소매 시장에서 이처럼 ‘실속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가 이달 중순 미국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더 싸거나 양이 적은 제품을 구매해 지출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소매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 세제 용기의 광고를 시작했다. 공예용품 소매업체인 마이클스는 고가 제품군에 속하는 공예도구의 마케팅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WSJ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자체상표(PB) 상품 판매가 늘고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소매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타깃은 최근 TV와 주방용 가전제품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잦아들며 소비자가 상품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변화의 폭이 클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 27일 발표한 미국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58.4로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8.3%를 기록해 두 달 연속 8%대에 머물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