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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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물러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자리를 보전하지도 않겠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63·사진)가 26일(현지시간) 열린 연례주주총회에서 한 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만간 은퇴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2010년부터 10년 넘게 모건스탠리를 이끌고 있다.

고먼은 "'곧(soon)'이라는 단어가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걸 뜻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은퇴라는 게 결국 우리 모두 해야만 하는 일이고 만약 은퇴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모건스탠리와 같은 복잡한 대형 조직에는 '건강한 승계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자신의 연임에 대해서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의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와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고먼의 해당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 월가 대형은행들의 관행과는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른 산업들에서는 CEO 임기를 줄이는 추세다. 반면 보수적인 금융권의 수장들은 기본 10년씩 장기 집권하며 제왕적 CEO로 불리고 있다. 2005년부터 JP모간을 운영하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 CEO는 "죽을 때까지 JP모간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니한도 12년째 CEO를 역임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와 씨티그룹은 전임자가 각종 스캔들에 연루되는 바람에 조기 퇴직했을 뿐, 통상적으로는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CEO가 2018년 데이비드 솔로몬 현 CEO에게 자발적으로 왕좌를 넘겼을 때 미국 언론들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다만 당시 블랭크파인도 CEO를 지낸 기간이 이미 12년을 채운 터였다.

미국에서는 이들 대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금융회사들도 CEO 평균 임기가 줄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셀3000 지수 기업들 중 금융회사 CEO의 평균 임기는 2017년 15년에서 2020년 7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