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메이시스) +178%. 대형마트(월마트) -25%. 저가 소매점(달러트리) +43%.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1분기 미국 유통기업들의 순이익 성적표다. 럭셔리 대표주자인 백화점과 초저가 판매점은 웃었지만 대형마트는 고꾸라졌다. 물가가 급등하자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소득과 상품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1분기 매출이 53억4800만달러(6조7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47억600만달러)보다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2억8600만달러로 178% 급증했다.

제프 제네트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거시환경의 압박에서도 소비자들은 쇼핑을 멈추지 않았다”며 “명품 및 럭셔리, 의류 부문 실적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연간 주당 순이익 전망치도 0.4달러 올려잡았다.

지난 24일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도 1분기 매출이 35억7000만달러(4조4800억원)으로 시장 추정치(32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노드스트롬은 올해 신용카드 매출 전망치를 기존 5~7%에서 6~8%로 올렸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 장밋빛 전망이 나오면서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주가는 26일 각각 19.3%, 5.3% 상승했다.



‘불황형 소비’를 대표하는 초저가 할인 판매점들도 선전했다.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1달러샵 달러트리의 1분기 순이익은 5억3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했다.

또다른 저가 할인점 달러제너럴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0~3.5%로 올렸다. 두 기업 주가는 26일 21.9%, 13.7% 뛰었다.

앞서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타깃,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은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인플레이션 타격으로 2분기 실적도 안 좋을 것으로 봤다.

이들은 럭셔리와 초저가 사이에 있는 중간 단계 유통채널들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조이거나, 생필품은 최저가로 구매하고 사치품은 하나를 사더라도 고가로 구매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며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제네트 메이시스 CEO는 “저소득층은 저렴한 품목을 찾는 반면 고스득층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아직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할인점 중에서도 코스트코처럼 부유층이 주 고객인 채널은 실적이 좋았다”며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던 소매업체들은 저가형 경쟁사들에 고객들을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