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등 스타트업 투자 환경 악화
비용 절감 위해 스타트업계 인력 감축
볼트 로고./사진=볼트 홈페이지

볼트 로고./사진=볼트 홈페이지

올해 초 미국 노동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기업이 있다. '주 4일제'를 정식으로 도입한 전자상거래 결제 서비스업체 '볼트'다. 이 스타트업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 아래 주 4일제를 발빠르게 시행했다.

파격적인 근무제로 화제를 모았던 볼트가 직원 250여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볼트 전체 인력의 3분의1에 달하는 규모다.

마즈 쿠루빌라 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기술 업계의 시장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인력 감축 계획을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환경이 악화되자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쿠루빌라 CEO는 주 4일제를 도입했던 라이언 브레슬로 CEO의 후임이다.

2014년 설립된 볼트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원클릭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가치는 11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볼트는 미국에서 몸값이 높은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볼트에 악재가 덮쳤다. 결제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요 고객사가 볼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볼트는 추가 투자 유치 계획도 접었다. 블룸버그는 "볼트는 이달 초 일부 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했다"며 "이번 인력 감축은 갑작스럽다"고 평가했다.

유럽 스타트업계에서도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의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고릴라는 본사 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320여명을 해고한다고 유럽 스타트업 전문 매체 시프티드가 지난 24일 전했다. 고릴라는 지난해 10월 독일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로부터 2억3500만달러를 투자 받은 곳이다. 이외에도 클라르나(스웨덴 핀테크 기업), 크리(스웨덴 원격의료 서비스 업체), 누리(독일 인터넷 은행)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이 핵심 자산'인 스타트업계에서 정리해고가 번지고 있다.

전세계 스타트업 해고 상황 집계 사이트 Layoffs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고된 스타트업 직원 수는 1만4708명에 달한다. 전달(3703명) 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최근 몇 년 동안 벤처캐피털(VC)이 지원하는 기업들에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 등으로 스타트업들이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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