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주가 29% 급락...상장 후 하락폭 가장 커
1분기 주당순손실 시장 예상보다 13배 많아
"올해 남은 기간 운송·원자재 비용 증가할 것"
아메리칸이글 등 다른 의류업체도 주가 타격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 의류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베크롬비앤피치가 시장 기대만 못한 올해 실적을 전망하면서 상장 후 26년만에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아메리칸이글, 어반아웃피터스 등도 주가가 6% 이상 떨어졌다.

24일(현지시간)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주가는 뉴욕시장에서 19.09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전일 대비 29% 급락했다.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한 1996년 이후 하락폭이 가장 높았다. 이 업체는 1892년부터 미국에서 10·20대를 겨냥한 의류 브랜드 사업을 해왔다. 2003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떨어진 적도 있지만 당시엔 지금과 같은 급격한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한 건 이날 나온 실적 발표 때문이었다.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지난 1분기 주당순손실이 27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였던 2센트보다 적자 폭이 13배 이상 컸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억1300만달러(약 1조3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추정치(7억9900만달러)를 상회했지만 적자 심화의 파급력이 더 컸다.

마진도 나빠졌다. 순매출 대비 이익(profits) 비율은 55.3%로 전년 동기 대비 8.1%포인트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공급난 등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운임 비용이 약 8000만달러(약 1020억원)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운송·원자재 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 내놨던 전망치(0~2% 증가), 시장 전망치(2.7% 증가)에 미달한다.

아베크롬비앤피치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자 다른 의류 소매업체들의 주가도 떨어졌다. 이날 주식시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아메리칸이글의 주가가 6% 하락한 가운데 어반아웃피터스도 주가가 8% 빠졌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갭과 아메리칸이글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을 경우 미국 의류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침체될 전망이다.

투자업계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씨티그룹은 최근 아베크롬비앤피치, 랄프로렌, 언더아머 등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갭, 칠드런스플레이스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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