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대만 편들기에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순방길에 대만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 만에 해당 발언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회의 이후 “대만 문제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어제 발언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측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승냥이에게는 엽총이 기다린다”는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국을 승냥이에 비유하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대만 카드’로 불장난한다”며 “그러다간 스스로 불에 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백악관 관계자들이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가시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 조항을 담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를 위한 무기 등을 판매해왔으나, 중국의 침공이 있을 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개입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지켜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거듭했다. 지난해 8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조약 5조를 거론했다. 2개월 뒤에 대만 방어와 관련한 책무를 언급하며 적극적 개입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 실언이 아니라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세운) 1979년 대만관계법이 만들어질 때 찬성표를 던졌고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대만을 방문한 적도 있어 대만 문제와 관련한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