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중국 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제로 코로나'로 압축되는 과도한 방역 정책이 이유로 꼽힌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중국 내 숙박공유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지사는 중국 거주자의 국외 여행 부문만을 운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 여름까지 15만개에 달하는 중국 본토의 숙박 리스트를 내릴 예정이다.

에어비앤비의 철수 결정은 2016년 '아이비잉(愛彼迎)'이라는 중국식 브랜드명으로 진출한 지 6년 만이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에어비앤비 차이나 회장으로 투입하는 등 중국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비슷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토종 숙박공유 플랫폼인 투자(途家)나 샤오주(小猪)는 100만개 이상의 숙소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창업한 투자나 2012년 영업을 시작한 샤오주에 비해 에어비앤비는 중국에서 후발주자였다. 중국인은 저렴하고 익숙한 자국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했다. 중국에선 숙박공유 플랫폼에 등록한 숙소가 외국인 손님을 받으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 내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도 많지 않았다. 이런 규제로 인해 중국 내에서 외국인이 여행을 하려면 현지 숙소에서 외국인을 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사업을 늘려갔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급격히 줄면서 경영이 더욱 나빠졌다. 에어비앤비는 올 1분기 보고서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응한 강력한 통제로 지역 침체가 심화했다"고 밝혔다.

FT는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노리고 들어온 글로벌 테크 기업이 중국 특유의 제도와 가혹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또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이 지난해 10월 통제 강화를 이유로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2016년에는 승차공유업체 우버가 토종 업체인 디디추싱에 중국 사업부를 양도하면서 중국 사업을 접었다.

에어비앤비의 중국 내 사업은 매출의 1% 안팎이어서 이번 결정이 전체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비앤비 차이나는 향후 중국 거주자의 해외여행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까지 통제하고 나서 에어비앤비의 중국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중국 이민국은 전날 자국민의 출국을 허가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중병 치료 및 간호, 구호물품 운송, 원자재 확보 등 당국이 인정한 사유만 출국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민이 해외의 '위드 코로나'를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이민을 가려는 시도까지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