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대만 편들기에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인 개입도 할 수 있다고 답변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관련 세 번째 돌출 발언인 데다 대중(對中) 포위 목적의 한국·일본 순방길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더욱 자극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 정책에 합의했다"면서도 "그렇지만 대만이 무력으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그동안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 수교 이후 미·중 관계의 토대임을 강조해왔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며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거듭했다. 지난해 8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조약 5조를 거론했다. 2개월 뒤에도 대만 방어와 관련한 책무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그러다 이번 방일 중에 또 다시 폭탄 발언을 던진 것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대만 카드'로 불장난을 한다"며 "그러다간 스스로 불에 데일 것"이란 반응을 내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의 발언에 강력한 불만을 표명한다"며 "미국의 이런 행동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중·미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협의체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CNN 등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우리 약속을 반복한 것"이라고 했다. 미 당국자들의 부연에도 논란이 가시질 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대만 문제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어제 발언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하며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군사개입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실언이 아니라 의도한 것이라는 관점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세운) 1979년 대만관계법이 만들어질 때 찬성표를 던졌고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대만을 방문한 적도 있기 때문에 대만 문제와 관련한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일각에서는 "차제에 대만 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중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논쟁의 불씨를 지핀 셈이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하고 준비된 문장을 통해 '전략적 명확성'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