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미 공조 강화에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며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선 실질적 이득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2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전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IPEF에 대해선 자유무역, 세계 경제 회복, 개방협력 촉진이라는 3대 당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 장관은 “IPEF가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고 했다. 미국이 IPEF를 통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자국 내부 시각을 대변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IPEF가 참여 국가에 실질적으로 이득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아세안은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한국과 일본도 대중 교역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며 “IPEF 참여국이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반도체 관련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원자재 수출 통제 등의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IPEF와 관련해 한국을 명시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관영 매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중국의 향후 조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IPEF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