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달 트위터 인수를 선언한 뒤 대내외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서다. 인수 합의 후 그가 문제 삼은 가계정 비율은 인수가를 깎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위터 이사회도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머스크 재산의 기반인 테슬라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맥 못 추는 테슬라 주가

테슬라 주가는 19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0.06% 하락한 709.42달러에 마감했다. 리비안(8.5%), 루시드(11%) 등 전기차주가 일제히 올랐지만 테슬라는 예외였다. 연초 1200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올 들어 41% 하락했다.

머스크, 트위터 욕심에 테슬라 주가 연일 추락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내리긴 했지만, 테슬라는 개별 악재도 많았다. 우선 지난 18일 S&P500 ESG지수에서 제외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중국의 상하이 봉쇄로 인한 생산 차질도 끝나지 않았다.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1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낮췄다.

테슬라 주가가 부진하면 머스크의 부도 줄어든다. 머스크는 세계 1위 부자지만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다. 블룸버그 인덱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2120억달러(약 269조원)로 올 들어 585억달러 줄었다. 재산의 22%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440억달러에 달하는 트위터 몸값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지난달 주당 54.2달러에 트위터 인수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트위터 주가가 예상과 달리 부진하다. 19일 주가는 37.29달러로 인수가보다 32% 낮다. 285억달러짜리 기업을 사는 데 155억달러의 웃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의 가계정 비율을 문제 삼아 인수 딜을 보류한 목적이 가격을 깎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성추문까지 터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이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승무원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회사가 25만달러를 합의금으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승무원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자신과 성관계하면 말을 사주겠다고 제안한 혐의다.

테슬라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테슬라 ‘대왕개미’인 억만장자 리오 코구안은 테슬라 측에 내년까지 자사주 150억달러(약 19조1700억원)어치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트위터 이사회와도 충돌

머스크의 또 다른 걸림돌은 트위터 이사회다. 이사회는 머스크와의 최초 계약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일 전쟁과 자연재해, 보건 관련 가짜뉴스 단속을 강화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는 머스크와 정면충돌도 꺼리지 않는 모양새다.

트위터 이사회의 자신감은 ‘방탄’ 수준의 인수 계약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트위터가 공시한 인수 관련 문건에 따르면 양측은 거래를 효과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만약 특별한 사정 없이 머스크가 인수를 철회하려면 10억달러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머스크와 트위터 이사회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가도 머스크가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머스크가 문제 삼은 가계정 비율이 트위터 수익에 어떤 ‘물리적인 역효과(material adverse effect)’를 냈는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위터가 역으로 머스크를 고소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FT는 “트위터가 소송 철회를 무기로 머스크에게 10억달러 이상의 위약금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약세장이 이어지면 트위터와 머스크가 인수가를 낮춰 재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