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외국인 자금 유출 기로에 놓인 중국이 결국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20일 인하했다. 경기 냉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 금리까지 내리면서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부터 살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5년 만기 LPR을 전달보다 0.15%포인트 낮은 연 4.45%로 고시했다. 1년 만기 LPR은 연 3.7%로 동결했다. 중국은 2019년 8월 LPR을 기준금리로 지정한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5년 만기 LPR을 총 5회 내렸다. 이번 0.15%포인트는 가장 큰 인하 폭이다.
중국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에도 5년 만기 LPR을 크게 내린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당국은 부채 리스크 관리와 집값 안정을 내걸고 강도 높은 규제에 착수했다. 신규 대출 제한으로 헝다 등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 올 1~4월 부동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중국은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자기부담비율 인하, 부동산 보유세 확대 중단 등 진작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5일에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추가로 내려주기로 했다. 시장분석업체 이쥐연구원은 “이날 조치로 주담대 금리가 역대 최저였던 2008~2009년보다 더 낮은 연 4.25%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싱자오펑 ANZ은행 중국전략가는 “5년 만기 LPR을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을 살리겠다고 결정했다는 의미”라며 “추가 지원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 철회 목소리 커져
LPR 인하로 외국인 자금이 더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에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더해지면서 외국인 자금은 이미 중국을 떠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위안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중국 채권시장에서 중국 국채와 은행채 등을 총 1085억위안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월 803억위안, 3월 1125억위안에 이어 석 달 연속 순매도다. 외국인은 중국 주식도 올 들어 19일까지 267억위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경제 충격의 가장 큰 원인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커지는 이유다.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당장 경제를 냉각시키는 주된 원인은 코로나 예방 및 통제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이후 10곳 이상의 글로벌 기구와 투자은행(IB)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고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지난 19일 예상치를 5.0%에서 4.1%로 끌어내렸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같은 날 3.6%에서 2.0%로 하향했다. 앞서 지난 18일 골드만삭스가 4.5%에서 4.0%로, 씨티은행이 5.1%에서 4.2%로 각각 낮춰 잡았다.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인 5.5%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셀피앱 개발회사인 메이투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로 상반기에 거액의 평가손실을 봤다고 밝혔다.4일 외신에 따르면 메이투는 상반기 손실이 2억7490만~3억4990만위안(약 67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1억3770만위안)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날 홍콩증시에서 메이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58% 하락 마감했다. 메이투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90% 이상 떨어졌다. 메이투가 거액의 손실을 내게 된 이유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에 있다. 메이투는 지난해 3월 홍콩증시 상장사 중 최초로 비트코인 등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당시 회사는 암호화폐를 금, 보석, 부동산보다 나은 가치저장소라고 말했다. 메이투는 1억달러를 투자해 이더리움 3만1000개, 비트코인 940.89개를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이투가 보유한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가치는 ‘반토막’났다. 메이투는 상반기 추정 손실의 대부분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평가손실이라고 설명했다. 메이투의 암호화폐 평가손실은 4560만미국달러러(약 590억원)로 추정된다. 메이투는 사진 보정 등의 기능을 갖춘 카메라 앱 뷰티캠을 개발한 회사다. 그러나 최근 바이트댄스, 샤오미 등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년보다 12%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이투는 다음달 중 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중국 시장의 파이가 커졌지만 경쟁도 심해졌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뭉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 한국창업원을 여는 고영화 원장(사진)은 4일 개원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베이징 차오양구 중관춘 전자성에 입주한 한국창업원은 4400㎡ 부지에 53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코로나19로 지연된 시설 공사를 마치고 이달 중순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고 원장은 2002년부터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해온 ‘중국통’이다. 2016~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 스타트업 중국 진출 지원 기구인 KIC중국 초대 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년 전에 비해 중국 시장은 미국의 70%, 유럽의 80% 정도 될 정도로 커졌고 그만큼 글로벌 기업이 많이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또 “중국이 거의 모든 기술 부문에서 한국 수준에 근접해 시장 공략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여전히 놓쳐선 안 될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득 3만달러 수준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활용하면 한국이 공략할 부분도 여전히 있다”고 조언했다.고 원장은 “중간재 중심의 한국 대기업이 여전히 중국에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들이 뭉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게 한국창업원의 취지”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다든지, 공동 마케팅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베이징에는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멜다(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모친)의 93세 생일을 맞아 마닐라 도심 빌딩의 대형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가 등장(사진)했다. 이멜다는 20년 넘게 장기 집권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비난을 샀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86년 ‘피플파워’ 시민혁명이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해 3년 뒤 사망했다. 이멜다의 아들인 마르코스는 대선에서 이겨 지난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