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사진=한경DB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사진=한경DB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이 올해 말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50엔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강도 긴축을 앞둔 미국과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카키바라는 20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선 달러당 엔화값이 연말께 140~150엔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달러당 엔화값이 150엔 수준에서 거래된 마지막 시기는 1990년 8월이다. 사카키바라는 “엔·달러 환율이 150엔 선을 넘으면 일본은행도 (엔화 가치 하락을)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카키바라는 아시아 외환위기 무렵인 1997~1999년 일본 재무성 차관을 지냈다. 그는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당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미스터 엔’이란 별명을 얻었다. 현재는 도쿄에 있는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엔 “달러당 엔화값이 130엔 수준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일본 당국은 시장에 개입하거나 기준금리를 올려 엔화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사카키바라는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를 꼽았다. 일본이 미국과 달리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를 연 ±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 여파로 달러당 엔화 가치는 같은 날 20년 만에 최저치인 131엔대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미국 중앙은행(Fed)은 물가 상승세를 잡을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ed는 오는 6월과 7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코메르츠방크와 소시에테제네랄도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엔화 매도는 올해 외환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래가 됐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