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핀란드·스웨덴 나토가입 저지"
헝가리 오르반 "러시아산 석유 수입금지 반대"
나토·EU 단일대오 흔드는 '내부 스트롱맨 듀오'
러시아 압박을 위해 똘똘 뭉치는 유럽 국가들의 단일대오가 최근 권위주의 지도자 2명의 돌출 행동에 흔들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의 얘기다.

이들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원칙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 승인 문제나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등을 놓고 대세를 거스르는 훼방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다른 회원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일념으로 나토 확장·대러 제재에 모두 동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일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 지도자 2명이 사실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나토 대사들은 최근 두 국가의 가입에 관련 회의를 당장 개최할지 투표를 벌였으나 터키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는 최소 2주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쿠르드족 무장단체에 은닉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터키는 쿠르드 무장단체를 테러 단체로 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의 확장은 터키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존중에 비례한 만큼의 의미가 있다"며 "나토는 안보기구다.

안보가 취약한 안보기구에 '예'라고 할 수는 없다"고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포함한 제6차 대러시아 제재안 합의를 막아서고 있다.

헝가리는 EU의 앞선 대러시아 제재 도입에 모두 동의했지만, 석유 금수조치만은 자국 경제에 '핵폭탄'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헝가리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는 64%,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85%로 높은 수준이다.

EU 국가들은 이런 사정을 고려,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 시점을 2024년 말까지로 유예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자국 에너지 체계 현대화와 대체 원유 수입처 확보 등에 총 330억유로(약 44조원)가 든다며 버티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정치,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얻어낸 만큼 반대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르반 총리는 협상 과정을 통해 금수조치 시행 기간을 상당 기간 유예받았을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까지 얻어냈다.

NYT는 오르반 총리가 시간을 지체할수록 오히려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을 연출, 국내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치적 효과를 충분히 얻어냈다.

그 또한 결국 핀란드·스웨덴의 가입에 동의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NYT는 설명했다.

실제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터키는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가입을 막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