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네덜란드에 세계적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의 장비에 대한 중국 판매 추가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5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ASML이 만드는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구형 노광장비까지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당시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니콘 D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UV 노광장비는 EUV 같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PC,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요청을 네덜란드가 수용하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나 화훙(華虹) 반도체 등 중국 반도체 업계는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싱크탱크 대만경제연구원(TIER)의 존슨 왕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는 중국이 가장 대체하기 힘든 장비여서 노광장비 해외 조달이 막히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멈춰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네덜란드 정부는 독일, 벨기에에 이은 3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관계 훼손에 대한 우려로 아직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8월물) 가격이 5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밀린 가운데 미국 은행 씨티그룹이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씨티그룹의 프란체스코 마르토치아, 에드 모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올 연말 국제유가는 배럴당 6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내년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이날 WTI 근원물은 전 장보다 8.2%(8.93달러) 밀린 배럴당 99.5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 장보다 9.5%(10.73달러) 급락한 배럴당 102.77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의 이날 낙폭은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대를 기록했다. 공급 경색보다 경기침체 공포가 더 커진 여파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에 ‘베팅’해온 원유 트레이더들도 의견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원유 수요는 최악의 경기침체 때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거의 모든 경기침체 국면에서 국제유가는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회원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 능력 한계, 정유업계의 투자 감소와 같은 요인까지 반영해 이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공급 경색과 경기침체가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미국 은행 JP모간체이
2000년대 '초인플레 악몽' 떠올리며 선제 조치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말부터 금화를 법정통화로 발행하기 시작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망구디야 짐바브웨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성명을 내 금화가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함으로써 짐바브웨 화폐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이 짐바브웨 달러나 미국 달러 또는 다른 나라 화폐를 내고 국제 금 시세대로 이 금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달 인플레율이 191%로 치솟으며 2000년대 짐바브웨를 휩쓴 초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짐바브웨는 당시 세 차례나 화폐 액면가를 바꾸다 결국 2009년 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 등 외국 화폐를 법정 통화로 채택했다. 이후 10년 만인 2019년 다시 짐바브웨 달러를 법정 통화로 도입했으나, 이후 짐바브웨 달러 가치는 계속 급락세다. 짐바브웨 국민은 이번 조치에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환전상인 에반스 무파치콰 씨는 "이 나라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중앙은행이 내 돈을 받고 금화를 내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전상인 무네수 만디오페라 씨는 "금은 비싸서 우리 중 금화를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는 집에 돈을 쟁여놓을 것"이라면서 "금화 발행은 또 하나의 정부 실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짐바브웨 국민이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일례로 1천억 짐바브웨 달러짜리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도 한 2008년에는 짐바브웨 달러의 가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