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12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하늘을 나는 새들도 탈수 현상으로 추락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이미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선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화재가 잇따르고 작물 수확량이 줄어드는가 하면 20명 이상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델리 지역의 기온이 조만간 5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홍수가 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지브다야 자선 신탁이 운영하는 인도 서부의 한 동물병원에서는 한 달간 약 2000마리의 새를 구조해 냈다. 동물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 에스오에스 역시 수도 델리에서 탈수 증상이 있거나 부상 당한 새를 최소 250마리나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탈수에 날개가 부러진 상태로 구조된 새들은 병원에서 목을 축이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야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이집트대머리수리를 포함해 시크라, 솔개, 검은뻐꾸기, 원숭이올빼미 등 탈수 현상으로 추락한 새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 시민들은 새들이 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발코니나 창틀에 물그릇을 놓는 중이다. 생물학자 아닌디타 바드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새들에게 물을 주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 전문가들은 펜데믹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인도에서 코로나19보다 이번 폭염 피해가 더욱 심각한 의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각 주(州)와 연방행정구역에 폭염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위가 5월까지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몬순이 6월에도 시작되지 않는다면 이번 폭염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