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올 들어 20% 이상 급락한 애플의 주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을 ‘최후의 피난처’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애플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야 투자심리의 ‘완전한 항복(capitulation)’에 도달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애플 주가가 뉴욕 증시의 바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얘기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심플러트레이딩의 대니얼 셰이 부사장은 1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목격한 것은 일반적인 매도세로 지금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애플 등 핵심 종목이 텔라닥처럼 급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원격의료업체 텔라닥은 대표적인 미국 성장주로 꼽혀왔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팬덤을 형성한 캐시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대량 매수한 기업으로도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때 원격진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져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지만 경쟁이 심화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달 28일 공개한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하루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올 20% 빠진 애플 아직 바닥 안찍었다"
텔레닥에 비하면 애플의 하락세는 양호한 수준이란 평가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5.64% 하락한 140.82달러에 마감했다. 올초(177달러)에 비해 약 26%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텔라닥 주가는 67% 급락했다. 올초 주당 91달러에서 이날 30달러로 추락했다.

셰이 부사장은 “애플이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직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라며 “애플이 무너지는 순간 투자심리가 완전한 항복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 주가가 지금보다 20~30% 더 떨어져야 완전한 항복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전한 항복은 통상 약세장의 최후이자 증시의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는 걸 넘어 수익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주식을 대량 매도한다. 개인, 기관 가릴 것 없이 매도에 동참해 ‘공황매도’라고도 불린다. 헐값에 대량 매도한 주식을 매입하는 물량이 급증해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다.

월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과거처럼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억제가 급선무인 Fed가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Fed 풋’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Fed 풋은 ‘풋옵션(주가가 내려가면 수익이 나는 파생금융상품)’처럼 중앙은행이 증시 침체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셰이 부사장은 “현재 Fed는 주식 시장을 되살리는 데 관심이 없다”며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은 여러 차례 Fed 풋에 의존했지만 이번에는 기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