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에만 합병 만기 맞는 스팩 280곳
대부분 '짝짓기' 실패하고 청산 전망
스팩 ETF인 SPAK 주가는 올 들어 -31%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대부분이 ‘짝짓기’(비상장회사와의 합병)에 실패하고 청산할 전망이다. 스팩 설립에 뛰어들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팩리서치 등의 자료를 인용해 내년 1분기에만 상장 스팩 280곳 가량이 합병 기한을 맞는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상 최다로 추정된다.

스팩은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목표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비상장사는 스팩과의 짝짓기를 통해 증시에 우회상장하게 된다. 상장한지 2년 안에 비상장사와 합병을 하지 못하면 스팩은 청산 및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내년 1분기에 유독 만기를 맞는 스팩들이 많이 몰린 이유는 정확히 2년 전인 지난해 1분기 중 뉴욕증시에서 스팩 붐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당시 증시가 호황이라 기업공개(IPO)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우회상장 통로인 스팩이 인기를 끌었고 투자자들도 몰렸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스팩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시장에서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스팩 대부분이 청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락장에서 낮은 기업가치를 감수하면서까지 스팩과 합병해 상장을 강행하려는 기업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에이콘스 등은 스팩과의 짝짓기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앞다투어 스팩 설립에 나섰던 월가 큰손들은 내년 1분기에만 25억달러(약 3조1800억원·이 기간 합병 기한 만료 기준)의 손실을 볼 전망이라고 스팩리서치는 분석했다. 스팩 설립에 사용한 초기 비용은 회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트 심슨 웰스스프링캐피털 매니저는 “스팩은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개인도 상장 스팩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량 기업과 합병할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상장 스팩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아서다. 상장 스팩 및 스팩과 합병해 우회상장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디파이언스 넥스트젠 스팩(SPAK) 주가는 올 들어 31% 가량 떨어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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