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핵심 지도부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또 시사했다.

17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은 이날 '디지털 경제의 건전한 발전 지속'을 주제로 민관합동 회의를 열었다. 왕양 정협 의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인터넷 경제가 더 강하고 더 크게 성장해 중국의 수준 높은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함께 '양회(兩會)'를 구성하는 기구다. 왕 의장은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상무위원회(7인) 구성원이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 겸 공산당 정치국원도 참석했다. 25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정치국은 상무위원회 바로 아래 서열의 기구다. 류 부총리는 2020년 1월 미중 무역합의 체결 당시 시 주석을 대신해 서명하는 등 경제 부문의 실권자로 통한다.

이번 회의에는 로빈 리 바이두 회장, 딩레이 넷이즈 회장, 주훙위 치후360 회장 등이 참석했다. 공산당 최고위 인사와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공개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선 빅테크 규제 완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류 부총리는 회의에서 플랫폼 경제와 민영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경제는 중국에서 빅테크를 지칭하는 말이다. 류 부총리는 또 "디지털 경제가 가져온 전방위 개혁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서 핵심 기술 공방전에서 잘 싸워야 한다"며 "정부와 시장 간 균형을 잡고 디지털 기업의 국내외 자본시장 상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국정 기조로 내건 2020년 하반기부터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착수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당대회까지는 규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통제 등으로 경기가 급속히 침체하자 빅테크 규제 완화로 선회하고 있다. 공산당 수뇌부인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29일 "빅테크 개선 문제를 마무리하고 상시적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류 부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빅테크에 대한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감독을 통해 경제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지난 3월 중국 13개 빅테크들에 '매도' 의견을 냈다가 지난 16일 이들의 등급을 '매수' 또는 '중립'으로 상향했다. 중국의 규제가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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