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부진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직원 처우를 올려주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할 핵심 인재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글로벌 성과급 예산을 약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직원들은 고물가로 생활에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다.

노동시장에서 몸값이 높아진 중간 연차 및 저연차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나델라는 “경력이 낮거나 중간 단계인 직원들, 특정 지역에 있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임원(파트너) 미만 직급인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주식 보상도 최소 25% 늘리겠다고 했다.

MS는 1분기에도 직원 급여 및 주식 보상 비용이 포함된 연구개발비를 전년 동기 대비 21% 늘렸다. 연구개발비는 최근 5분기 연속 증가세다. ‘실적 효자’인 클라우드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MS의 1분기 클라우드 사업부문 매출은 191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전체 매출(494억달러)의 38%를 차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밀려 2위다. CNB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WS를 따라잡기 위해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구글과 아마존도 인재 유출 방지에 힘쓰고 있다. 구글은 지난주 ‘구글 평가·개발(GRAD)’이라는 평가체제를 새로 도입해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동료들보다 상사의 평가 비중을 높였다. 구글은 GRAD 체제에서 대다수 직원들의 임금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아마존은 사내 공지를 통해 본사 사무직들의 기본급을 16만달러에서 35만달러로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전문가들만 경쟁사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는 인재 확보 경쟁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걸 안다”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메타도 MS의 증강현실 담당자들은 연봉의 두 배를 주고 영입할 의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작은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인력을 줄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업체 로빈후드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 등도 직원 감축에 들어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