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큐선, 年 25억원 손실에도
초등 요금 90% 뚝…서울 반값
어릴 때 노선 주변에 정착시켜
'미래 승객' 확보하려는 전략
출생률 1.34명…5년째 하락
이 속도면 '인구 1억명' 붕괴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나가마치 도시아키 씨는 올 들어 도쿄 3대 민영 전철 가운데 하나인 오다큐선을 타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오다큐그룹이 성인 요금의 반값이던 초등학생 요금을 지난 3월 12일부터 전 구간 50엔(교통카드 이용 시)으로 인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가마치 씨가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아야나 양과 오다큐선 지토세후나바시역에서 신주쿠역까지 가려면 성인 220엔, 어린이 110엔을 합쳐 330엔이 들었다. 올 3월부터는 부녀의 요금 부담이 270엔으로 60엔 줄었다.
5년 내 인구 감소
오다큐선 시점과 종점인 신주쿠에서 오다와라(82.5㎞) 구간의 어린이 요금은 445엔에서 50엔으로 90% 인하됐다. 서울 지하철의 초등학생 기본요금은 450원이다. 거리비례 요금제에 따른 82㎞ 구간은 1050원으로 오다큐가 서울의 반값이다.
오다큐는 어린이 요금 인하로 연간 2억5000만엔의 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철도회사들은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다. 민간 철도 회사들은 역 주변 쇼핑몰과 호텔 자산을 팔아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때 오다큐가 연간 25억원의 손실 감수를 결정한 것은 인구 감소가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일본 1위인 신주쿠와 도쿄에 이어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가나가와현을 연결하는 오다큐선은 수도권 알짜 노선이다.
노선 주변의 인구는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와 공동 연구 결과 2020년 518만 명까지 늘었던 노선 주변 인구가 5년 내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이면 주변 인구가 502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오다큐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이용자 감소보다 노선 주변 인구의 감소를 더 심각한 문제로 봤다. 3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대책을 마련한 결과물이 ‘초등학생 요금 일률 50엔’이다. 핵심은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기 전에 어린이 고객을 선점해 성인이 됐을 때도 오다큐 노선 주변에 계속 거주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오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오다큐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어릴 때부터 노선 주변에 살았던 어린이들은 오다큐선에 대한 애착이 크다”며 “성장해서 가정을 이룰 때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와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日정부 ‘인구 1억 명 사수’ 총력
일본 정부는 ‘인구 1억 명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인구구조와 소비 패턴의 변화를 매일 체감하는 일본 기업들이 ‘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인구를 1억 명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2021년 10월 1일 일본의 인구는 1억2550만 명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대인 64만 명 줄었다. 신생아 수도 84만232명으로 5년 연속 사상 최저였다. 그런데도 많은 일본인은 2500만 명 여유가 있으니 저출산 대책을 충실히 하면 1억 명 선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를 멈추려면 2030~2040년 출생률을 2.07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출생률을 2020년 1.6명, 2030년 1.8명, 2040년 2.07명으로 늘려나가는 것이다. 2020년 일본의 실제 출생률은 1.34명으로 5년 연속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결혼 건수가 12.3% 급감해 출생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근거 없는 낙관론이 인구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을 잃어버리게 하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비현실적인 인구 1억 명 목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나가마치 도시아키씨는 올들어 도쿄 3대 민영 전철 가운데 하나인 오다큐선을 타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 딸 아야나 양의 요금이 50엔(약 498원)으로 대폭 인하된 덕분이다. 오다큐는 지난 3월12일부터 초등학생 요금을 전 구간 50엔(교통카드 이용시)으로 낮췄다. 지금까지는 성인 요금의 반값이었다. 지난해 나가마치씨가 아야나 양과 오다큐선 지토세후나바시역에서 신주쿠역까지 가려면 성인 220엔, 어린이 110엔을 합쳐 330엔이 들었다. 지난 3월부터는 부녀의 요금부담이 270엔으로 60엔 줄었다. ◆수도권 알짜노선인데 5년내 인구 감소오다큐선 시점과 종점인 신주쿠에서 오다와라(82.5㎞) 구간의 어린이 요금은 445엔에서 50엔으로 90% 인하됐다. 서울 지하철의 초등학생 기본요금은 450원이다. 거리비례 요금제에 따른 82㎞ 구간은 1050원으로 오다큐가 서울의 반값이다.오다큐는 어린이 요금 인하로 연간 2억5000만엔의 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철도와 항공산업은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았다. 대규모 적자를 낸 일본 철도회사들도 고사위기를 맞았다. 민간 철도 회사들은 역 주변 쇼핑몰과 호텔 자산을 팔아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한 푼이 아쉬운 때 오다큐가 연간 25억원의 손실 감수를 결정한 것은 인구감소가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1일 유동인구가 일본 1위인 신주쿠와 도쿄에 이어 인구가 2번째로 많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가나가와현을 연결하는 오다큐선은 수도권 알짜노선이다.노선 주변의 인구는 매년 증가해 인구 감소는 남일 같아 보였다. 하지만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와 공동 연구 결과 2020년 518만명까지 늘었던 노선 주변 인구가 5년 내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35년이면 주변 인구가 50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오다큐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이용자 감소보다 노선 주변 인구의 감소를 더 심각한 문제로 봤다. 3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대책을 마련한 결과물이 '초등학생 요금 일률 50엔'이다. 무료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타사 노선으로 갈아탈 때 운임 계산에 지장을 줄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초등생 요금 인하 전략의 핵심은 눈 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도쿄와 수도권도 조만간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 일찌감치 어린이 고객을 선점해 성인이 됐을 때도 오다큐 노선 주변에 계속 거주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오다큐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어릴 때부터 노선 주변에 살았던 어린이들은 오다큐선에 대한 애착이 크다"며 "커서 가정을 이룰 때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와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지역 노선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일본의 문화를 반영한 '미래에의 포석'으로 평가된다.오다큐가 일정 기간 동안 초등학생을 100엔에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실험을 해 봤더니 전체 승차권 판매수가 1.7배 늘었다. 동반 성인 승객까지 늘었기 때문이었다. 오다큐 관계자는 "승객이 늘면서 오다큐그룹의 역 주변 상업시설 매출도 늘었다"며 "집객효과가 가격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보다 크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오다큐의 발빠른 전략에 나머지 민영 전철회사들도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게이오전철은 어른과 어린이가 신주쿠에서 다카오산 구간 승차권을 세트로 구입하면 500엔으로 320엔 할인하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도큐전철은 노선 주변에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60세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한 달간 2000엔에 무제한으로 전철을 탈 수 있는 승차권을 한정 판매했다. ◆출생률 1.3인데 20년내 2로 늘린다는 日정부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본 인구 1억명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인구구조와 소비 패턴의 변화를 매일 체감하는 일본 기업들이 벌써부터 인구 절벽에 대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일본 인구를 1억명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는 점점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2021년 10월1일 일본의 인구는 1억2550만명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대인 64만명 줄었다. 신생아수도 84만232명으로 5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일본 정부 예상보다 3년 빨리 신생아수가 84만명대에 진입했다.그런데도 많은 일본인들은 아직 2500만명 여유가 있으니 지금이라도 저출산 대책을 충실히하면 1억명선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구 감소를 멈추려면 2030~2040년까지 출생률을 2.07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일본 정부의 계획은 출생률을 2020년 1.6명, 2030년 1.8명, 2040년 2.07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목표와 달리 2020년 일본의 실제 출생률은 1.34명으로 5년 연속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결혼 건수가 12.3% 급감해 출생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낙관적인 전망은 인구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을 잃어버리게 하는 요인"이라며 "비현실적인 인구 1억명 목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인구가 1명 남은 마을 미야하라 지역의 중심지인 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村).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명이라도 더 인구를 유치해서 마을을 유지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나카츠에에서는 반대로 '마을을 품위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소프트랜딩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1935년 인구가 7528명에 달했던 나카츠에의 인구는 현재 681명으로 줄었다. 1972년 이 지역의 유일한 산업이던 금광이 폐쇄된 영향이다. 나카츠에도 각종 지원금 제도를 내걸고 이주민을 유치하려 했지만 재정만 크게 악화됐다. 결국 2005년 행정 통폐합 때 히타시에 편입됐다.인구쟁탈을 위해 소모전을 벌이느니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게 낫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많은 이유이다.인구가 10분의 1로 줄고, 인구 유치를 포기한 지역인 만큼 인적 드문 산골짜기의 오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카츠에 역시 예상 밖이었다. 두 개의 국도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물류트럭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휴대폰과 와이파이도 잘 터졌다. 아마존과 라쿠텐 등 인터넷쇼핑도 하루 만에 배송이 된다.무엇보다 규슈의 정중앙이어서 아소산과 구로카와온천, 구마모토성, 오구니 등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있다. 계곡 사이의 마을이라 농지가 넓지는 않지만 자급자족에도 문제가 없다.그런데도 마을의 맥이 끊어진 건 규슈 정중앙인 입지가 묘하게 나카츠에의 약점이 됐기 때문이다. 교통의 요지지만 도쿄에서 나카츠에로 가는 교통편은 없다.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 신칸센으로 5시간, 후쿠오카에서 다시 기차로 1시간 30분 걸려 히타역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히타시에서 나카츠에를 연결하는 교통편은 따로 없다. 예약제 버스만 비정기적으로 운행한다.1972년 다이오금광이 폐쇄된 후 산업도 없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슈퍼마켓은 1개 있지만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식당도 없다. 마을 평균연령은 61.5세다.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52%인 반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비율은 6%와 4%로 인구구조가 완전히 가분수인 지역이다. 나카츠에 주민들을 인터뷰했다.▷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인구를 늘리는게 목표인데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는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구요.쓰에 요지 나카츠에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주보다 나카츠에 주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지 마세요'는 아니지만요."▷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의 목표인 '소프트랜딩'이란 정확히 뭔가요.나가세 에이지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 사무국장 "소프트랜딩은 일본어로는 '무라지마이(村終い)', '마을이 끝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인구를 늘리기보다) 마을이 끝날 때까지 잘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거죠."마쓰오 나루미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 사무국원 "잘 맞지 않는 도시에 살면서 스트레스로 병에 걸리는 것보다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자는 겁니다. (이 지역의 고령자 분들은)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마지막 만큼은 원하시는 곳에서 즐겁게 사시게 하고 싶어요."▷히타시청의 입장에서 나카츠에는 어떤 곳인가요.사토 에키코 히타시청 나카츠에지소 총무진흥계 주사 "2005년 히타치에 합병되기 전까지 나카츠에가 독자적인 지자체일 때는 인구를 늘리려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출산·결혼 축하금 제도도 있었고요. 옛날에는 히타시에 직장이 있어도 나카츠에에서 출퇴근을 했지만 젊은 세대는 부모님과 사는 대신 히타시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를 막기 위해 공영주택을 싸게 대여하는 제도도 있었습니다."▷효과가 있었나요.사토 주사 "아니오. 인구감소는 나카츠에 뿐 아니라 오이타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재정 만 어려워졌죠. 아무리 열심히 인구유지를 위해 노력해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주민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카츠에의 특산물이나 산업은 뭔가요.쓰에 회장 "나카츠에에는 극단적으로 말해 일자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돈을 벌어서 생활을 하기가 무리인 상황입니다. 농업이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사토 주사 "히타시로는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분들조차도 나카츠에는 '너무 시골이어서 불편하다'고 합니다. 이주자들도 역 주변이나 지방도시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노부부가 이주해 온 사례는 있어도 아이의 교육환경을 따지게 되면 살기 쉬운 히타시로 나갑니다."▷젊은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다카노 게이스케 츠에택시 대표 (31세. 오키나와 출신. 이 지역 출신인 아내의 데릴사위로 나카츠에에 이주. 3살과 1살 두 아이의 아빠) "이 곳 어린이집은 선생님 6명에 아이 6명이에요. 선생님이 1대 1로 가르치니까 아이들도 즐겁게 어린이집을 다닙니다. 육아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다카노 대표님은 지금 나카츠에의 유일한 슈퍼와 숙박시설,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신데요.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다카노 대표 "사람이 안 늘어나니까 매출은 거의 없습니다. 예약제 버스는 히타시의 수탁을 받아서 주민들이 필요할 때만 운영하니까요. 이익은 안 납니다. 연간 기준으로 매년 평행선이에요. 그래도 회사는 마이너스만 아니면 되지 않겠어요?"▷나카츠에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있죠.쓰에 회장 "(고등학교부터는) 대부분 히타시로 갑니다. 아이들을 하숙시키느니 히타시로 이주해서 아파트 사서 학교 보내는 편이 쌉니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히타시에서 일을 찾아서 나카츠에를 떠납니다."나가세 국장 "제 동급생 가운데 고교 졸업후 나카츠에를 나가서 되돌아 온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마쓰오 사무국원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돌아오리라 기대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도 후쿠오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개인의 의견을 존중할 거에요."▷20년 후 나카츠에는 어떤 모습일까요?쓰에 회장 "20년 후라..음..아마도 나카츠에가 카미츠에(이웃 지역)에 또다시 합병되지 않을까요."나가세 국장 "인구는 더 줄겠지만 20년 후에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 인구가 다소 늘 수도 있지 않을까요."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TV는 있나요?""TV 있죠.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한국 드라마를 봅니다.""한국에 가 보신 적은 있으세요?""그럴 리가요. 이 마을을 나가본 적도 없어요. 평생 나카츠에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지난 3월 방문한 일본 오이타현 히타시 나카즈에무라(村) 미야하라 마을은 겉으로 봐서는 평화로운 일본의 여느 농촌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라면 인구가 단 1명이라는 점이었다.니시 야스코(87세)씨는 미야하라 마을의 유일한 주민이다. 언젠가 니시상이 세상을 떠나면 미야하라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5~2019년 4년 동안에만 주민이 0명이 되면서 소멸한 마을이 일본 전역에 164곳이다.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마을은 3622곳에 달한다.인구가 1명 뿐인 마을이라면 도로가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아서 오가는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심심산골의 오두막집 한 채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미야하라 마을은 이웃 마을과 연결되는 도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여러 집들로 취락을 형성하고 있다. 모두 빈집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미야하라 마을도 수십 명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살던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유일한 주민 니시 야스코상을 인터뷰했다.▷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셨나요. 아드님들만 도시에서 살구요."그렇습니다."▷손주들은요"손주들은 없어요. 아들들이 색시를 못얻어서요."▷실례지만 남편분은요?"혼자 된 지 벌써 40년 됐어요. 47살에 죽었으니까요."▷주민들이 많이 살았을 때 이 마을의 모습은 어땠나요."주민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부락이었으니까요. 집이 8채 였어요. 3채는 아직 집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신사에 사시는 신령님과 둘만 남았네요."▷집이 8채였을 때는 주민이 몇 분 정도였나요."이 근처에서는 제일 큰 마을이었어요. 다이오금광(1971년 폐쇄된 이 지역의 금광)까지 걸어서 갈수 있었으니까요. 또래 아이들도 있었고요."▷이 마을에서 혼자가 되신 건 언제 부터인가요."10년전 부터입니다. 저 아래 히라노씨네 아들이 가끔 오지만 10년 이상 사람이 없네요."▷나머지 분들은 다른 도시로 나가신 건가요."자식들이 있는 도시로 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죽었죠."▷혼자 계시면 무섭거나 쓸쓸하지 않나요."그런거 없어요. 쓸쓸한 거야 아들이 한달에 한번 쯤 오니까 그게 즐거움이죠."▷무섭지도 않구요."밤에 사람이 찾아오면 무서울 지도 모르지만요.(웃음)"▷여기서는 농사를 하시나요."여름이 되면 꽃을 심거나 하는 정도에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꽃을 내다파시기도 하나요."아니요. 저절로 피어난 꽃을 옮겨 심는 정도에요."▷생활비는 연금으로 충당하시는 건가요."네, 연금이네요"▷장은 어떻게 보세요."아들이 올 때나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갈 때 사옵니다"▷아드님은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모셔가기 위해 오는 건가요."아니요. 병원갈 때는 예약제 버스가 바로 집앞까지 옵니다."▷한 번에 1개월치 장을 봐 오시는 건가요?"1개월이나 2주치씩 먹을거리를 사옵니다."▷술 담배도 하시나요."술은 조금 마실 때가 있어요. 담배는 안 피구요."▷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혼자 요리하세요."혼자 해 먹죠. 냉동식품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거나 라면을 먹거나 합니다."▷그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죽 여기에 있는거죠. 매일 방에만 있지는 않고 마을 가운데 넓은 광장 있죠? 거기까지 산책은 갑니다. 다리가 안좋아서 아랫마을 큰 길까지는 안가구요."▷보통은 뭘 하시면서 지내세요."겨울에는 방에서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그리기 책을 사서 그리기도 하구요, 여름에는 꽃을 키우고요."▷언젠가 먼 훗날에 돌아가시면 마을이 사라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살아오셨던 고향이 사라지는 건 역시 쓸쓸한 일이겠죠."그렇죠. 전부 빈집만 남아서..저 아래 큰 도로까지 나가봐도 아무도 없으니까요."▷하루 종일 사람 만날 일이 없는 날이 많겠네요."사람 만날 일이 없죠. 괜찮아요."▷친구 분들은 나카츠에 읍내에 계신가요."친구라기보다는 병원 갈 때 만나는 사람 정도에요. 만나면 '보고 싶었네요' 합니다."▷친구분들이 놀러오실 때는 있나요."없어요."▷전화통화를 할 때는요?"전화는 하루에 한번도 안써요. 용건이 있을 때나 쓰죠."니시씨를 인터뷰하는 건 2020년 3월 도쿄특파원 부임 이후 가장 긴장되는 일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 '한국의 특파원이 다녀간 후 일본 마을 하나가 없어졌다' 같은 상황이 벌어져서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인터뷰 2주 전에 코로나 3차접종을 했고, 미야하라 마을 방문 3일 전에 PCR 검사를 받아 음성증명서를 제출했다.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