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로 돌아가고 있다. 월간 국내총생산(GDP) 격인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달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경기가 급랭하는데도 인민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경제 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업률도 치솟아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중국의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달보다 2.9% 감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산업생산은 연 매출 2000만위안(약 37억원) 이상 기업들의 월간 부가가치 창출액으로, 분기·연간 GDP를 선행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2020년 3월(-1.1%) 이후 2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4월 증가율은 로이터통신 시장 예상치인 0.4% 증가에도 크게 미달했다. 지난 3월 대비로는 7.1% 급락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했다. 3월 -3.5%에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4월 소비 동향도 2020년 3월(-15.8%) 이후 25개월 만의 최악이며, 시장 예상치인 -6.1%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인프라 투자와 민간 설비 투자 등으로 구성된 고정자산투자는 올 1~4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했다. 전달 발표된 1∼3월 증가율 9.3%보다 둔화했다.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경기 충격에 대응해 인프라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연일 주문하고 있지만 일선 지방정부에서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상황도 나빠졌다. 4월 도시 실업률은 6.1%로 전달의 5.8%보다 0.3%포인트 올라갔다. 실업률도 2020년 3월 6.2% 이후 최고치다. 중국이 제시한 올해 실업률 관리 목표 상단인 5.5%를 크게 웃돌았다.

2020년 성장률에도 못 미칠 듯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3월 중순부터 상하이 등 중국의 중요 경제권들이 봉쇄된 데 따른 경제 충격이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가통계국은 "4월 코로나19가 경제 운영에 끼친 충격이 비교적 컸다"면서도 "이는 단기적인 것으로서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 속에서 발전하는 기초여건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평했다.

'제로 코로나' 원칙에 기반한 강력한 중국식 도시 봉쇄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에 직접적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일대의 공급망과 물류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봉쇄 지역에서는 경제가 멈춰서면서 서비스업 종사자, 건설현장 근로자, 공유차량 기사 등 취약계층의 수입이 급감했다.

특히 중국 금융·비즈니스·무역 중심지로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는 지난 3월 28일부터 봉쇄가 시작돼 이날까지 50일째 이어지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상하이의 GDP는 중국 전체의 4% 수준이지만 상징성이 커 봉쇄의 심리적 충격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상하이뿐만 아니라 수도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 퍼져 수십개 도시가 전면·부분 봉쇄를 겪었다. 성쑹청 전 인민은행 통계국장은 경제 매체 차이신 기고문에서 "감염 확산 통제 조치가 내려진 지역의 GDP 합산 비중이 전체의 55.1%에 달한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는 경제 핵심 도시들에 큰 영향을 줘 충격에 외부로 전이되는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당대회까지는 높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드는 '제로 코로나'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경제를 계속 짓누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올해 목표로 삼은 5.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심각성이 2020년 우한 사태 때의 10배 이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정부가 정한 5.5%는커녕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