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전경. 사진=REUTERS
중국 인민은행 전경. 사진=REUTERS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6일 기준금리 동결 또는 소폭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 흐름과 달리 기준환율은 인하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냉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2.85%로 유지하고 100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중 은행에 공급했다. 인민은행은 매달 15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MLF 금리와 규모를 결정한다. 이어 20일께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을 발표한다.

LPR은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다. 형식상으로는 은행들의 동향을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와 각종 지침 등을 통해 결정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1월 1년 만기 LPR 금리를 연 3.8%에서 3.7%로, 5년 만기는 연 4.65%에서 4.6%로 인하했다.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부동산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쓰인다.

인민은행은 이후 경기 부양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LPR을 동결했다. 이달에도 금리 인하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MLF 금리를 동결한 것을 보면 LPR도 동결 또는 소폭 인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은 최근 4회의 1년 만기 LPR 인하 가운데 3회에서 MLF를 먼저 조정했다. 기준금리를 비교적 큰 폭으로 내릴 때 MLF를 사전에 조정하는 패턴을 보였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과 4월에 각각 LPR을 0.1%포인트와 0.2%포인트 내릴 때 MLF 금리도 같은 폭으로 내렸다. 최근에는 지난 1월에 MLF 금리와 LPR을 0.1%포인트씩 내렸다. 반면 작년 12월에는 MLF 조정 없이 LPR만 0.05%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거래일(지난 13일) 대비 0.04% 내린 달러당 6.7871위안으로 고시했다. 상하이 역내시장 환율은 인민은행 기준환율의 상하 2% 이내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준환율이 환율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인민은행은 원칙적으로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과 24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을 바탕으로 기준환율을 산출한다. 지난 13일 역내시장 환율은 0.03% 오른 달러당 6.7890위안이었다. 이날 환율은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인하 여파에 장중 0.2%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소폭 인하할 방침을 내비친 것이나, 환율 하락(위안화 강세)을 유도하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급속한 유출을 경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을 0.2%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가 연 4.6%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4.4%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