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95시간 빡빡한 근무에
인력난 겹쳐 인재 유출 위기감
눈치보여 실제 쓰긴 어려울수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무제한 유연휴가제’를 도입했다. 살인적인 근무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구인난까지 겹치자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파트너와 이사급 직원들에게 “원할 때 언제든 원하는 만큼 휴가를 즐기다 오라”는 사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부터 무제한 유연휴가제를 시작했다. 고위급 직원들의 고정 유급휴가 일수를 없애고 자율적으로 얼마든지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연차 직원의 경우 고정 유급휴가 일수는 유지하지만 실제 휴가일을 늘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의 직원들은 내년부터 연간 최소 3주간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이 가운데 1주일은 의무적인 연속휴가로 보장하기로 했다.

무제한 유연휴가제는 그간 넷플릭스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중심으로 정착된 제도다. 보수적 근무 환경으로 유명한 미 월가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골드만삭스가 파격적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비인간적인 근로 관행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가 자리잡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1년차 애널리스트들은 1주일간 평균 근로 시간이 95시간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FT는 “인력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살인적인 근무 방식을 유지했다가는 경쟁사에 인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토대로 운영되는 무제한 휴가제도가 오히려 휴가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막상 휴가를 쓰려면 눈치가 보일 수 있어서다.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에 따르면 유연휴가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휴가 일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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