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 워싱턴DC 근교인 버지니아주 알링턴시에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2 본사를 건설하고 있다.  정인설 특파원
아마존이 미국 워싱턴DC 근교인 버지니아주 알링턴시에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2 본사를 건설하고 있다. 정인설 특파원
“보잉까지 들어오면 여기가 교통지옥이 될 텐데 왜 오려는 거죠?” 미국 워싱턴DC와 포토맥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시. 14일(현지시간) 이곳에서 만난 게리 윌슨 씨는 “보잉이 넓은 시카고를 두고 비좁은 알링턴으로 본사를 옮기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윌슨씨의 말처럼 알링턴시는 워싱턴DC와 맞닿아 있어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이 혼잡한 곳이다.

보잉뿐만이 아니다. 아마존도 알링턴에 제2 본사를 짓고 있다. 이들이 워싱턴DC로 이전하는 주요 이유는 대관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자 대관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대신 워싱턴DC 택한 보잉
美 대기업이 비좁은 워싱턴DC로 이사오는 까닭은
보잉 본사 부지로 유력한 펜타곤시티엔 미 국방부와 코스트코 매장이 800m 거리를 두고 인접해 있다. 내년이면 코스트코 바로 길 건너에 아마존 제2 본사가 들어선다. 여기에 보잉 본사까지 들어오면 알링턴 일대 교통혼 잡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알링턴행을 결정한 공식적인 이유에 대해 보잉은 “인재 유치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본사 이전을 발표하면서 “엔지니어를 비롯한 우수 인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글로벌 본사를 시카고에서 워싱턴DC 근교인 알링턴으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에서 제공하던 세제 혜택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는 것도 시카고를 떠나는 이유로 알려졌다.

보잉은 당초 워싱턴주에 있는 시애틀로 본사를 옮길 것으로 전망됐다. 시애틀은 기술 인재가 몰려 있는 데다 1916년 보잉이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잉은 고향인 워싱턴주가 아니라 워싱턴DC를 택했다. 업계에서는 대관 업무의 중요성이 커진 게 워싱턴DC로 기운 결정적 이유로 보고 있다. 칼훈 CEO도 “고객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서”라며 대관 업무가 본사 이전의 주요 배경임을 인정했다.
규제 강화로 대관 중요성 커져
최근 보잉이 워싱턴DC를 자주 드나들게 된 것은 전통적 대관 로비 분야로 통하는 방위산업이 아닌 민영 항공기 사업 때문이다. 정부보다 항공기를 구입하는 민영 항공사와의 관계가 중요했지만 수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주력 항공기 중 하나인 보잉 737 추락사고가 잇따라 일어났기 때문이다. 737 기종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이어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했다. 이후 데니스 뮬렌버그 전 CEO가 737 문제를 놓고 미 연방항공청(FAA)과 갈등을 빚다 해임되기도 했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중국 우저우 상공에서 보잉 737 맥스가 또다시 추락했다. 보잉은 FAA의 성능 결함 지적 때문에 중형 항공기인 787 드림라이너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FAA의 항공기 인증 심사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아마존도 보잉과 비슷한 이유로 알링턴에 제2 본사를 짓고 있다. 인재 유치가 표면적 이유지만 실질적으로 대관 업무 때문인 것도 보잉과 판박이다. ‘아마존 킬러’로 통하는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뒤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베이조스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부유한 기업에 법인세를 물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베이조스는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다. 인플레이션 길들이기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그것을 한데 뭉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썼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