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들 이주자 유치해 마을 존속 사활걸 때
나카츠에 "마을을 품위있게 사라지게 하자" 운동
인구쟁탈전 벌여도 재정만 파탄..주변시에 합병
규슈 정중앙 입지에도 성장의 맥 끊겨
"차라리 남은 사람끼리 편안하게 살자"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인구가 1명 남은 마을 미야하라 지역의 중심지인 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村).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명이라도 더 인구를 유치해서 마을을 유지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나카츠에에서는 반대로 '마을을 품위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소프트랜딩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935년 인구가 7528명에 달했던 나카츠에의 인구는 현재 681명으로 줄었다. 1972년 이 지역의 유일한 산업이던 금광이 폐쇄된 영향이다. 나카츠에도 각종 지원금 제도를 내걸고 이주민을 유치하려 했지만 재정만 크게 악화됐다. 결국 2005년 행정 통폐합 때 히타시에 편입됐다.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인구쟁탈을 위해 소모전을 벌이느니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게 낫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많은 이유이다.

인구가 10분의 1로 줄고, 인구 유치를 포기한 지역인 만큼 인적 드문 산골짜기의 오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카츠에 역시 예상 밖이었다. 두 개의 국도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물류트럭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휴대폰과 와이파이도 잘 터졌다. 아마존과 라쿠텐 등 인터넷쇼핑도 하루 만에 배송이 된다.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무엇보다 규슈의 정중앙이어서 아소산과 구로카와온천, 구마모토성, 오구니 등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있다. 계곡 사이의 마을이라 농지가 넓지는 않지만 자급자족에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마을의 맥이 끊어진 건 규슈 정중앙인 입지가 묘하게 나카츠에의 약점이 됐기 때문이다. 교통의 요지지만 도쿄에서 나카츠에로 가는 교통편은 없다.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 신칸센으로 5시간, 후쿠오카에서 다시 기차로 1시간 30분 걸려 히타역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히타시에서 나카츠에를 연결하는 교통편은 따로 없다. 예약제 버스만 비정기적으로 운행한다.

1972년 다이오금광이 폐쇄된 후 산업도 없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슈퍼마켓은 1개 있지만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식당도 없다. 마을 평균연령은 61.5세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52%인 반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비율은 6%와 4%로 인구구조가 완전히 가분수인 지역이다.

나카츠에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인구를 늘리는게 목표인데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는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구요.
쓰에 요지 나카츠에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주보다 나카츠에 주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지 마세요'는 아니지만요."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의 목표인 '소프트랜딩'이란 정확히 뭔가요.
나가세 에이지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 사무국장 "소프트랜딩은 일본어로는 '무라지마이(村終い)', '마을이 끝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인구를 늘리기보다) 마을이 끝날 때까지 잘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거죠."
마쓰오 나루미 나카츠에 마을 만들기 협회 사무국원 "잘 맞지 않는 도시에 살면서 스트레스로 병에 걸리는 것보다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자는 겁니다. (이 지역의 고령자 분들은)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마지막 만큼은 원하시는 곳에서 즐겁게 사시게 하고 싶어요."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히타시청의 입장에서 나카츠에는 어떤 곳인가요.
사토 에키코 히타시청 나카츠에지소 총무진흥계 주사 "2005년 히타치에 합병되기 전까지 나카츠에가 독자적인 지자체일 때는 인구를 늘리려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출산·결혼 축하금 제도도 있었고요. 옛날에는 히타시에 직장이 있어도 나카츠에에서 출퇴근을 했지만 젊은 세대는 부모님과 사는 대신 히타시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를 막기 위해 공영주택을 싸게 대여하는 제도도 있었습니다."

▷효과가 있었나요.
사토 주사 "아니오. 인구감소는 나카츠에 뿐 아니라 오이타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재정 만 어려워졌죠. 아무리 열심히 인구유지를 위해 노력해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주민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카츠에의 특산물이나 산업은 뭔가요.
쓰에 회장 "나카츠에에는 극단적으로 말해 일자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돈을 벌어서 생활을 하기가 무리인 상황입니다. 농업이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사토 주사 "히타시로는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분들조차도 나카츠에는 '너무 시골이어서 불편하다'고 합니다. 이주자들도 역 주변이나 지방도시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노부부가 이주해 온 사례는 있어도 아이의 교육환경을 따지게 되면 살기 쉬운 히타시로 나갑니다."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젊은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다카노 게이스케 츠에택시 대표 (31세. 오키나와 출신. 이 지역 출신인 아내의 데릴사위로 나카츠에에 이주. 3살과 1살 두 아이의 아빠) "이 곳 어린이집은 선생님 6명에 아이 6명이에요. 선생님이 1대 1로 가르치니까 아이들도 즐겁게 어린이집을 다닙니다. 육아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카노 대표님은 지금 나카츠에의 유일한 슈퍼와 숙박시설,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신데요.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다카노 대표 "사람이 안 늘어나니까 매출은 거의 없습니다. 예약제 버스는 히타시의 수탁을 받아서 주민들이 필요할 때만 운영하니까요. 이익은 안 납니다. 연간 기준으로 매년 평행선이에요. 그래도 회사는 마이너스만 아니면 되지 않겠어요?"

▷나카츠에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있죠.
쓰에 회장 "(고등학교부터는) 대부분 히타시로 갑니다. 아이들을 하숙시키느니 히타시로 이주해서 아파트 사서 학교 보내는 편이 쌉니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히타시에서 일을 찾아서 나카츠에를 떠납니다."
나가세 국장 "제 동급생 가운데 고교 졸업후 나카츠에를 나가서 되돌아 온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마쓰오 사무국원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돌아오리라 기대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도 후쿠오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개인의 의견을 존중할 거에요."
임종 준비하는 마을…'일본 소멸'의 현장을 가다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20년 후 나카츠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쓰에 회장 "20년 후라..음..아마도 나카츠에가 카미츠에(이웃 지역)에 또다시 합병되지 않을까요."
나가세 국장 "인구는 더 줄겠지만 20년 후에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 인구가 다소 늘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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