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복수 소식통 인용 '에니' 계좌 개설 준비 보도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다음주 루블화 계좌 개설 절차 시작"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Eni)가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고자 이르면 다음 주께 계좌 개설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에너지업체 가운데 하나인 에니는 다음 대금 지불 기일이 5월 20일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니는 대금 지급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가스 대금의 루블화 지급이 제재 위반이라는 지침이 나오지 않는 한 다음 주 계좌 개설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에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침을 기다리다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늦어도 다음 주에는 계좌 개설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계약 위반 상황에 부닥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제시한 새 지불 시스템은 가스 구매 업체가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 계좌에 유로화나 달러화로 대금을 납입하고 은행 측에서 이를 루블화로 바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으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말 이러한 가스 대금의 루블화 지급을 거부한 불가리아·폴란드에 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하며 자원 무기화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증폭시킨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산 가스 대금의 루블화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으나, 가스 공급 중단 위협이 현실화하자 최근들에선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지난 11일 이미 일부 에너지 업체가 러시아의 대금 지급 계획에 협력하고 있다며 이를 일종의 "회색 지대"(grey zone)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장 러시아산 가스가 끊길 경우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용인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연간 가스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러시아산 가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아프리카·중동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완전한 대체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