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를 일시 보류하겠다고 13일 선언했다. 인수를 마무리하기 전 트위터의 스팸 및 가짜 계정 수를 확인하겠다는 게 머스크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를 구실로 삼아 머스크가 인수가격을 깎거나 인수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인수 준비 한창이던 머스크의 ‘변심’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의 스팸, 가짜 계정 수가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회사 측 계산의 근거가 나올 때까지 트위터 인수를 일시 보류하겠다”고 트윗했다. 트위터는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하루 활성이용자(mDAU) 중 5% 미만이 스팸 및 가짜 계정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mDAU는 플랫폼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머스크의 돌변…"트위터 인수 보류"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mDAU를 문제 삼고 나선 목적을 인수가격 조정 또는 인수 취소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달러, 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트위터의 12일 종가는 머스크의 제안을 한참 밑도는 45.08달러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기술기업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가 굳이 원래 제안대로 웃돈을 얹어 인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여기에 트위터 인수전에 뛰어든 투자자는 머스크와 머스크의 ‘우군들’뿐이다. 트위터 인수 협상에서 머스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이유다.

진짜 목적은 인수 포기?

트위터 인수를 보류한다고 트윗하고 나서 머스크는 “여전히 인수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인수 시도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영국 금융회사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수석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서 손을 떼기 위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그동안 머스크가 여러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쉽사리 이해가 가진 않는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4일 트위터 최대주주에 오른 사실을 공시했고 열흘 뒤인 14일에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트위터 경영진은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등 머스크의 인수 시도를 저지하고 나섰지만 같은 달 25일 회사 매각에 합의했다. 이후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보유하고 있던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 지분을 대거 매도해 85억달러를 현금화했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등 투자자 19명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 확보를 보장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들고 트위터 인수를 결정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수익성이 약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회수(엑시트) 및 일정한 추가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데, 트위터의 현재 사업구조로는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