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해 경상흑자 규모가 2년 만에 4분의 1 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자재값 급등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대기업은 역대 최대 규모 이익을 올리는 반면 일반 국민의 생활은 빠듯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민간 이코노미스트 10명의 예상치를 집계한 결과 2022년 일본의 경상수지는 평균 4조엔(약 40조원)가량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 16조엔을 넘은 경상흑자가 2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얘기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低)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해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끌어내리는 구도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리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상승과 엔저가 겹치면서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3000억엔 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발표된 2021년 경상수지 흑자는 12조6442억엔으로 전년보다 22.3% 줄었다. 1조6507억엔으로 불어난 무역적자가 경상흑자를 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2조엔 가까운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과 대조적으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33조5000억엔으로 35.6% 늘었다. 2017년 기록한 30조엔을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0엔대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상장사 매출은 500조4000억엔, 영업이익은 37조2000억엔으로 각각 7.9%, 44.8% 늘었다.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서비스 업종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치는 등 실적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