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도 콘돔처럼 성병 예방 의료기기"…美 FDA, 첫 승인
라텍스로 제작된 특수 속옷
성소수자용으로 개발돼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FDA가 사상 처음으로 특수 속옷을 성병을 예방하는 의료기기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속옷이 성병예방 도구로 승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트니 리아스 FDA 사무소장은 “특수 속옷이 구강성교를 할 때 성병을 예방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구강성교를 할 때 성병을 막는 유일한 도구는 ‘고무 댐(Rubber dam)’ 뿐이었다. 1864년 치과 시술용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얇은 고무막으로 입안의 점막을 감싸는 형태다. 1990년대 초 고무 댐이 변형돼 성인용품으로 출시됐다. 주로 성소수자들을 위해 제작됐다. 당시 FDA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착용이 어렵고 가격이 콘돔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라텍스 속옷이 개발됐다. 변호사 겸 인권운동가인 멜라니 크리스톨(사진)이 2018년 일회용 속옷업체 ‘로랄스’를 설립했다. 그는 콘돔에 쓰이는 얇은 라텍스를 활용한 특수 속옷을 제작했다. 이 제품은 신체에 밀작돼 체액이 들어갈 틈을 막는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제거한 것. 크리스톨 로랄스 최고경영자(CEO)는 여기에 바닐라향, 옥수수 전분 등을 입혀 가향 속옷을 시판용으로 제작했다.
FDA는 이 제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진 않았지만 두께, 재질, 강도 등을 시험했다. 지난 1년 동안의 승인과정이 화제가 돼서 미국 내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관심을 줬다고 뉴욕타임즈는 분석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에서 감염병을 연구하는 잔 마라초 박사는 “성병은 어떻게든 옮을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구강성교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성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헤르페스, 매독, 임질과 같은 성병 바이러스는 구강성교를 통해 번질 수 있다. CDC는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구강성교로 전파될 가능성은 낮지만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는 쉽게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HPV가 인체에 들어서면 구강암 또는 인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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