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 지분을 확보한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결과 1억4300만달러(약 1835억원)를 절감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의 ‘늦장공시’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니얼 테일러 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5% 이상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천천히 공개하면서 결과적으로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매입에 있어 1억4300만달러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SEC 규정에 따르면 투자자는 기업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이후 열흘 안에 공시할 의무가 있다. 3월14일 기준으로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SEC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3월24일까지 이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SEC 규정을 어기고 지난달 4일에서야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3월24일 이후 주당 38.2~40.31달러로 트위터 지분을 사들였다. 머스크가 공시를 한 지난달 4일 트위터 종가(49.97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테일러 교수는 지난달 4일과 3월24일 이후 머스크의 매수가 사이 차이를 활용해 이같이 계산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자, 유력 기관투자가 등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매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규제당국은 머스크의 늦장공시와 관련한 조사에 들어갔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SEC는 머스크가 공시 의무를 심각하게 어겼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SEC가 이를 들어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까지 낼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에서는 설사 SEC가 머스크의 트위터 관련 공시에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해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머스크가 테슬라의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트윗한 것을 두고 SEC가 제재에 나선 이후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SEC와는 별도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머스크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기업 주식 9200만달러 이상을 사들였을 경우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반독점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FTC가 머스크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최대 하루 4만3792달러씩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