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군 인명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사자들의 시신을 무더기로 집단매장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러시아군 병사와 지인 간의 통화를 감청해 얻어낸 녹음파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병사로 보이는 인물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집단매장지에 러시아군 전사자 수천 명의 시신이 "사람 키 높이로 쌓여 있다"고 말했다.

'작전 중 실종'으로 처리된 동료 병사의 가족이 직접 확인해 알려준 사실이라는 말도 보탰다.

그는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시신을 모아두는) 일종의 폐기장 같은 게 있다. 전사한 병사는 서로 겹친 채 쌓여있다"면서 "실종 병사의 가족이 그곳에서 시신을 찾기 위해 담당자들에게 상당한 뇌물을 줬다"고 말했다.

또 "이건 영안실이 아니라 폐기장"이라면서 "그들은 이 장소에 울타리를 치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주인 잃은 러시아군 병사의 군모. /사진=AP
주인 잃은 러시아군 병사의 군모. /사진=AP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개전 후 현재까지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를 약 2만6000명으로 추정했고, 장성급 인사만 12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영국 정보당국은 지난달 러시아군 전사자가 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침공 한 달이 지난 3월 말 1351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한 이후 인명피해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이 정말로 러시아군 병사인지, 도네츠크 지역 러시아군이 실제로 전사자 시신을 집단무덤에 매장해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