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종식 앞장선 우크라 초대 대통령 별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 소련 해체와 우크라이나 건국을 이끈 레오니드 크라우추크 초대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8세.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구소련 해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1년 12월 1일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이끌었고,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당선됐다. 그는 같은 달 8일에는 당시 러시아, 벨라루스 정상과 함께 소련 붕괴를 촉발한 ‘벨라베슈 협정’에 서명했다. 3국 정상은 소련의 종말을 고하고 ‘독립국가연합(CIS)’ 창설에 합의했다. 이듬해 8월 독립국이 된 우크라이나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 위기와 부패 스캔들을 겪으면서 지지도가 추락, 1994년 7월 대선에서 레오니드 쿠치마 전 총리에 패해 권좌에서 내려왔다. 크라우추크는 한때 세계에서 세 번째였던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내려놓는 결정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 국가 전체의 미래가 한 사람의 현명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시대에 그러했으며, 특히 1991년에 용감하게 나섰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