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우호적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베이징대는 올해 상하이 등 봉쇄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2년 전 우한 봉쇄 당시의 열 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이 보완책 없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면 약 160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연구도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러스의 양태와 지금 우리가 미래에 예상하는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러한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나타냈다”며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WHO의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라왔다가 바로 삭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중국의 또 다른 소셜미디어 위챗은 해당 발언을 전하는 WHO 게시글의 공유를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할 조짐을 보일 때마다 고강도 봉쇄로 대응해 왔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한과 주변 도시들을 봉쇄한 것은 중국 내에서 확산을 빠르게 통제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전파력은 강하고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봉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방역 효과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올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1억6000만 명의 경제 활동이 영향을 받았으며 18조위안(약 3400조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0년 우한 봉쇄 당시 1300만 명, 1조7000억위안에 비해 손실 규모가 열 배 이상 커졌다고 진단했다.

쉬 교수는 “중국이 올해 목표인 5.5%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2020년 성장률인 2.3%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봉쇄가 상하이, 쑤저우, 선전, 둥관, 베이징 등 중국 산업의 핵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한 사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은 충분한 보완 장치 없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 두 달 동안 약 16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에 10일 게재했다. 백신 접종률 제고, 치료제 구비 등 없이 방역을 풀면 1억1120만 명 감염, 270만 명 중증, 160만 명 사망이 우려된다는 게 연구진의 시나리오다. 중증 270만 명은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중치료실(ICU) 수용 능력의 15배에 달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