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 국방장관 10일 출간 회고록서 폭로
"트럼프 '멕시코는 자체 통제력 없어' 말하기도"
"트럼프, 멕시코 마약공장 미사일 폭격 언급"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시절인 2020년 멕시코의 마약 제조시설에 미사일을 쏴 파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부 장관의 증언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에스퍼 전 장관이 이달 10일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면서 "말문이 막혔던 몇몇 순간 중 하나"라고 당시를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밀을 유지한 채 멕시코 마약 제조시설을 미사일로 폭파해 마약 카르텔을 쓸어버릴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회고록 썼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냥 패트리엇 미사일 몇 발을 쏘고 제조장을 조용히 없애면 된다"며 "아무도 우리가 한 줄 모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면 농담을 하는 걸로 생각했을 수 있었다며 회고하기도 했다.

멕시코 마약이 지속해서 미국 남부에 유입되는 것을 불편해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에 최소한 두 번 이상 미사일 공격 구상을 언급했으며 "멕시코는 그들 나라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는 말을 곁들이기도 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주장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강압적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질식사한 사건과 관련해 백악관 주변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그들(시위대)에 총을 쏠 수 없느냐"고 말했다는 증언도 회고록에 담았다.

"트럼프, 멕시코 마약공장 미사일 폭격 언급"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제기된 첫 탄핵 심판에서 미 상원의 무죄 결정을 받은 뒤 더 대담하고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등장한다.

그가 각료들에게 '예스맨' 역할을 요구하며 장악력을 강화하려 했다는 취지다.

각료 가운데 대통령에게 위험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스테븐 밀러 전 정책 고문이 지목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밀러 전 고문이 미국 남부로 유입되는 이민자 통제를 위해 25만명의 군대를 국경에 파견할 것을 제안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파견할 병력은 없다"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2019년 10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알바그다디가 미군 특수부대의 제거 작전 과정에서 사망하자 밀러 전 고문은 "그의 머리를 돼지 피에 담근 뒤 퍼레이드를 하며 공개하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밀러 전 고문은 이런 회고록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에스퍼 전 장관을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NYT는 보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마크 메도스를 국가안보팀의 가장 큰 문제 인물로 꼽았다.

그가 지시를 내릴 때 실제 대통령의 뜻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비판했다.

회고록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언급된다.

그는 잠재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란에 호전적으로 접근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옹호하던 인물로 그려졌다.

이에 대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NYT에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스퍼 전 장관은 육군 장관이던 2019년 6월부터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뒤를 이어 장관 대행을 하다 그다음 달 정식 장관 자리에 올랐다가 이듬해인 2020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직후 경질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