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 연구개발비, 日 전체 넘었다…구글 시총, 韓 GDP 앞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미국의 빅테크 기업 GAFA(구글·아마존·최근 메타로 회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애플)의 연구개발비가 일본 전체 기업의 연간 투자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 이어 구글의 시가총액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앞섰다.

GAFA 4대 정보기술(IT) 기업이 2021년 한 해 동안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는 1340억달러(약 169조7110억원)로 일본 기업의 연구개발비 합계(2020년 기준 106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 2일 보도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2021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한해 동안 315억달러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일본 최대 기업의 도요타의 3배가 넘는 액수다.

GAFA의 시가총액(2월말 기준)은 6조6000억달러로 도쿄증시 상장기업 3826곳의 시가총액 합계(6조1700억달러)를 넘어섰다. GAFA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더한 GAFAM의 시가총액은 8조달러로 일본 GDP의 1.6배에 달했다. GAFA 가운데 가장 작은 메타의 시가총액도 5700억달러로 일본 1위 도요타자동차(2500억달러)의 2배가 넘는다.

애플의 시가총액(2조6900억달러)은 영국의 GDP(2조7500억달러)와 비슷하고 구글(1조7800억달러)과 아마존(1조5600억달러)은 한국의 GDP(1조6300억달러)를 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됐다.

GAFA의 매출은 1조2112억달러로 호주(1조32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 1994년 시애틀에서 온라인서점으로 탄생한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1억개를 넘었다. 유통 라이벌 월마트와는 두 자릿수 차이가 난다.

빅테크는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가로 축적한 막대한 데이터로 돈을 벌어들인다. 세계 검색시장의 91.5%를 점유한 구글은 연간 수 조건에 달하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지구상의 인간들이 '지금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가'를 파악한다. 이를 개별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광고기능으로 연결해 매년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빅테크의 성공은 과학적인 진보가 아니라 데이터를 독점한 결과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구글 출신인 메러디스 휘태커 뉴욕대 교수는 한 기고문을 통해 "지난 10년간 추앙 받아온 인공지능(AI)의 진보는 일부 거대 테크 기업에 집중된 데이터와 컴퓨터 자원의 산물"이라며 "인류가 AI 의존도를 높일수록 빅테크에 일상생활과 제도 상의 초법적인 영향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한 빅테크가 성장의 날개를 단 비결은 거액의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빅테크들은 매년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이익을 양자컴퓨터, 메타버스, 자율주행, 핀테크, 의료 등 차세대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인 반독점 전문가 팀 우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구글은 270곳, 메타는 90곳 이상을 반독점 당국의 반대 없이 인수했다. 메타는 2012년 종업원이 13명 뿐이던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매수했다. 이를 통해 메타는 3000만명의 이용자와 라이벌 SNS 플랫폼을 흡수했다.

빅테크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독과점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OS(운영체제)의 99%를 과점하고 있다. 애플의 1개 기업의 OS 점유율이 57.6%로 절반을 넘었다. 메타의 SNS시장 점유율은 79.6%,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점유율은 39.5%에 달한다.

2020년 10월 미국 하원이 발표한 IT 대기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5만개에 달하는 미국의 소매판매 업자 가운데 약 40%는 아마존이 유일한 판매처였다. 이 보고서는 "아마존이 판매업자들에게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상품을 판매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