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차 투표 3위 극좌 정당 중심으로 협상 마무리
녹색당·공산당 이어 사회당도 후보 단일화 동의
'마크롱에 맞서자'…총선 앞두고 손잡은 프랑스 좌파
프랑스 좌파 진영이 6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 4월 대통령선거에서 좌파 정당들이 저마다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 난립했다가 그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번 협상은 대선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좌파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주도했다.

녹색당(EELV)을 시작으로 프랑스공산당(PCF)에 이어 사회당(PS)까지 4일(현지시간) LFI와 후보 단일화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BFM 방송 등이 전했다.

이들 정당은 공동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펼치는 "불공정하고 잔인한 정책"을 막아내고 "극우파를 물리치기 위해" 하원 다수당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1천400유로로 올리고, 퇴직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0세로 다시 낮추며, 생활필수품 가격 상한을 도입하는 등 LFI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 동의했다.

파비앵 루셀 PCF 대표는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좌파 누구도 홀로 승리할 수 없다"며 "우리가 단결하기를 바라는 대중의 희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PS가 5일 개최하는 전국위원회에서 이번 합의를 승인하면 하원 의원을 뽑는 577개 선거구를 EELV가 100개, PS가 70개, PCF가 50개 선거구를 가져가게 된다.

PS 내부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LFI와 손잡으면 정체성을 상실해 당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공화당(LR)과 번갈아 가며 역대 대통령을 배출해온 PS로서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PS가 내세운 후보의 득표율이 1.75%로 전례 없이 낮았다는 것은 유권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뜻이기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멜랑숑 대표는 LFI, EELV, PS, PCF로 구성한 좌파 연대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마크롱 대통령에게 총리직을 요구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하원이 여소야대 구도로 꾸려진다면,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을 담은 법안에 야당이 반대할 때 표 대결에서 밀려 하원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진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2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와 득표율이 1.2%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멜랑숑 대표의 득표율은 21.95%로 EELV 야니크 자도 후보(4.63%), PCF 파비앵 루셀 후보(2.28%), PS 안 이달고 후보(1.75%) 득표율을 다 합친 것(8.66%)보다 월등히 높았다.

대선이 끝나고 6주 만에 치르는 총선에서 여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은 최소 289석을 확보해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프랑스는 6월 12일 1차, 19일 2차 투표로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한다.

첫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위와 등록 유권자의 12.5%가 넘는 표를 확보한 2∼4위가 다시 맞붙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