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들이 3년 만에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부활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봉쇄령으로 타격을 받은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중국 등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안정적인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갖추는 데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계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中, 3년 만에 '전기차 굴기' 재시동…美는 배터리에 31억弗 투입

美, 배터리 산업에 31억달러 투자

미국 에너지부는 2일(현지시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데 31억6000만달러(약 4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를 통과한 초당적 인프라법에 따라 자국 내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거나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쓰이는 예산이다. 에너지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늘리는 데 6000만달러를 별도 지원한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을 첨단 배터리 생산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투자는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된 국내 공급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기차 외에 도로와 교량, 인터넷 통신망 등의 물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을 쓰는 초당적 인프라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미 에너지부는 이 예산 중 일부인 50억달러를 5년 동안 배터리 충전 인프라 건설 등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는 전기 트럭 업체인 리비안의 공장 신축 사업에 1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리비안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장이 신축되면 7500여 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조지아주는 기대하고 있다.

中도 전기차 판매 반 토막 나자 고육책

중국도 전기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보조금을 다시 지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 등에 따르면 중국 내 최대 자동차 생산지역인 광둥성은 최근 49종의 친환경차(신에너지차)에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광둥성은 다음달까지 기존 차량을 신에너지차로 교체하면 1만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내연기관차로 바꾸면 5000위안의 보조금을 준다.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등으로 구성된 창장삼각주와 지린성 등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둥성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338만 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상하이(283만 대)와 지린성(242만 대)이 뒤를 이었다. 이 지역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이다. 상하이와 지린성이 일부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여전히 봉쇄된 상태다.

봉쇄령 전만 해도 중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이 자생력을 갖췄다고 보고 보조금을 줄였다. 지방정부 보조금은 2019년 지급이 중단됐다. 중앙정부 보조금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년 대비 30%씩 줄인 뒤 내년부터는 아예 없앨 방침이었다.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부활시키는 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선 근로자 6명 중 1명이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면서 중국의 3월 도시실업률이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인 5.8%로 상승했다.

중국 승용차정보협회에 따르면 4월 1~3주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33% 각각 줄었다. 중국 3대 전기차로 불리는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의 4월 판매량은 모두 전달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