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임금 상승세가 월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29일(미 동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6.6%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40년 내 최고 기록이다. 전월 대비로는 0.9% 올라서 2월의 0.5% 증가보다 훨씬 높았다.
Fed가 중시하는 근원 PCE 물가(에너지, 음식료 제외)의 경우 전년 대비 5.2%, 전월 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의 예상(5.4%, 0.4% 증가)보다 낮았으며, 지난 2월(5.3%, 0.3%)보다도 개선됐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의 연속적 상승 모멘텀은 낮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전월 대비 근원 PCE 물가는 매달 0.5%씩 올랐었다. 바이탈날리지는 "물가 최악의 상승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진정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무루는 것인지 여부다. 우리는 디스인플레이션 시작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개인소득은 전월보다 0.5% 증가했고, 개인소비지출의 경우 전달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0.4% 감소했고, 실질 지출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저축률은 6.2%로 2013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미국의 고용비용지수는 전분기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가 시작된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가 컨센서스 1.1% 증가를 상회했고 작년 4분기 1.0%보다 높았다. 고용비용지수는 임금 상승세를 대변하며, 더 높은 보상 비용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임금-가격 나선형 소용돌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얘기다. 르네상스매크로는 "1분기 고용비용지수 1.1%는 연율 5.6% 속도에 달한다"라며 "이는 생산성 증가 속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비용지수는 3월에 거의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었다"라며 "이는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고 향후 두 달 내에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ECI가 발표된 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8bp나 폭등한 2.75%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Fed의 긴축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2월 기자회견에서 3분기 ECI가 높아진 게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Fed는 다음주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유로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다. 헤드라인 수치가 7.5%까지 치솟아 지난달 7.4%보다 더 높아졌다. 음식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3.5%까지 올랐다. ING는 "치솟은 에너지 가격에서 오는 2차 확산 효과가 예상보다 더 빨리 퍼지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중시킨다"라고 밝혔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올해 S&P500 목표지수를 낮췄다. 2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벤치마크 지수의 목표치를 종전 4,600에서 4,500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필수 소비재에 베팅하고 있다고 고객에게 전했다. 이 은행 주식 및 퀀트 전략가 사비타 서브라매니안은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며 방어적이고 필수적인 소비재의 투자 비중을 종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두 단계 올린다고 밝혔다. 그녀는 필수 소비재 부문이 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기록적인 비중 축소에 가깝고 노동 투입 비용의 완화로 마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택 및 자동차 지출에 대한 노출도가 높고 중국 변화에 민감한 소재 부분은 동일 비중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했다. 그는 또 금융부문을 ”경기 침체 위험시 가장 선호되지 않는 비중 확대”로 전환했지만 에너지, 의료 및 금융 부문에 대해 비중확대를 유지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의 투자 의견 변화는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데 따른 것이다. 서브라매니안 전략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연준의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입장, 그리고 중국 성장률 악화를 지수 목표치 하향의 이유로 들었다.서브라매니언은 연초 이후 S&P 500 지수가 10%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 가능성의 3분의 1정도가 시장에 반영된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S&P 500 목표 가격은 목요일 종가보다 향후 5% 정도의 상승 여지를 두고 있다. 투자자들이 필수 소비재와 에너지 및 유틸리티 처럼 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섹터로 옮겨가면서 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시장은 약세지만, 필수 소비재 부문은 올해 3.5% 상승했으며 에너지 다음으로 S&P 500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을 기록했다.투자자들이 필수 소비재와 에너지 및 유틸리티 처럼 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섹터로 옮겨가면서 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뉴욕증시는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여파로 동반 약세를 보였다. 2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4.76포인트(0.49%) 하락한 33,751.6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0.22포인트(0.47%) 밀린 4,267.2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0.98포인트(0.16%) 떨어진 12,850.55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대형 기술 기업들의 실적과 물가 지표 등을 주시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애플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회사가 공급망 차질로 2분기 40억~80억 달러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애플의 주가는 개장 초 1% 이상 하락했으나 낙폭을 줄여 0.5%대로 상승 반전했다. 중국이 최근 들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공급망 차질 문제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주가가 12%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3위 종목인 아마존의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지수 전체가 밀리는 모습이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10%가량 하락하며 1~4월 연초 하락률로는 1970년 이후 최악의 4개월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지수도 올해 들어 22%가량 하락해 1973년 이후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3월 PCE 가격 지수는 지난해보다 6.6% 상승해 전달 기록한 6.3% 상승을 웃돌았다. 이날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인 6.4% 상승도 웃돈 것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소폭 밑돌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나타냈다. 3월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상승해, 전달 기록한 5.3% 상승을 밑돌았으며, WSJ 전문가 예상치인 5.3% 상승도 하회했다. 근원 물가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5%를 넘어서면서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재개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8bp(=0.08%포인트) 이상 올라 2.91%까지 상승했으며,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2bp(=0.12%포인트) 이상 올라 2.75%까지 상승했다. 연준은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의 6월 긴축 강도를 가늠할 신호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S&P500 지수 내 임의소비재, 부동산,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헬스 관련주가 모두 하락했으며, 자재(소재), 에너지, 산업 관련주는 상승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이번 주 84억 달러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한 이후 추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6% 이상 올랐다. 셰브런과 엑손모빌의 주가는 양사가 모두 예상치를 밑돈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셰브런의 주가는 1% 가까이 하락하고, 엑손모빌의 주가는 강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바이오기업 애브비의 주가는 회사의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8% 이상 하락했다. 인텔의 주가는 회사가 예상치를 웃돈 순익과 매출을 발표했음에도 5% 이상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공급망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중국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우뱅크의 에스티 드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번 (중국의) 봉쇄가 수주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들의 강경 대응을 야기한 공급망 차질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사태가 개선되기 시작했었으나 중국의 봉쇄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상황이 돌아설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올랐다. 독일 DAX지수는 1.14% 올랐고, 영국 FTSE100지수는 0.38%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지수는 1.13%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2% 오른 배럴당 106.66달러에,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1.8% 상승한 배럴당 109.55달러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테슬라가 미국에서 판매된 4만8천대의 모델3 퍼포먼스 차량을 리콜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테슬라 모델3 차량에서 ‘트랙모드’에 있는 동안 속도계가 표시되지 않는 문제로 미국에서 4만8천대의 차량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리콜대상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모델3 퍼포먼스 모델이다. 테슬라는 리콜차량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가 발생한 사유에 대해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펌웨어 업데이트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속도 단위가 제거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은 속도계가 표시되지 않는 것은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을 위반하는 것이며, 운전자가 자신의 속도를 알지 못하면 충돌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테슬라는 NHTSA의 지적에 따라 몇 차례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NHTSA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210만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총 10번의 리콜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는 포드 자동차에 이어 두번째로 리콜 차량 대수가 많은 것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