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르지?" 어리둥절…BMW 신차 공개 현장서 벌어진 일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BMW가 전기자동차 전환 국면에서 경쟁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MW가 최근 독일 뮌헨 행사에서 외관이 똑같은 차량 2대를 선보였다"며 25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지난 21일 BMW는 7시리즈의 7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뉴7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전기차 i7까지 함께 공개했다. 전기차 대형 세단인 i7은 뉴7시리즈 모델에다 파워트레인(자동차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만 전기로 구동되는 모터를 장착시켰다.

겉모습은 뉴7시리즈의 내연기관 모델과 '대동소이'하다. 휠과 엠블럼 디자인만 조금씩 다르다. 당일 출시 행사장에서 이처럼 똑같은 모양의 차량 2대가 무대 위에 올려지자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했다. BMW 임원이 "이 자동차가 전기차인 i7입니다"라며 차량을 하나씩 지목해 설명하고 나서야 관람객들의 궁금증이 풀렸다.

이는 BMW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BMW의 최대 경쟁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S클래스급 전기차 모델인 EQS를 만들면서 전기차 배터리 맞춤용 차대(플랫폼)를 도입했다. 차량의 외관 자체를 바꾼 것이다.

반면 BMW의 뉴7시리즈는 차대는 유지한 채 내연기관 모델뿐 아니라 순수전기차 모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다. 이에 대해 FT는 "BMW의 전략은 주력 소비층이 BMW가 전기차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BMW가 자동차 업계의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리버 집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은 기존의 컨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BMW의 럭셔리 세단을 좋아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타협점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편의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이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충전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질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BMW는 전기차 전환을 향한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이기도 하다. 앞서 벤츠는 "2030년까지 시장 상황이 허락되는 지역에서는 전면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BMW 임원진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연소엔진 모델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BMW는 또 급격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직원들이 혼란을 겪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직원들이 같은 조립라인에서 내연기관,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도록 하는 직업훈련을 병행하게 했다. 집세 CEO는 "이를 통해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감축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BMW가 전기차 전환에 있어 스몰스텝을 선택하는 이유로 "작년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BMW는 125억유로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50% 증가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106년만의 최고 기록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무리한 혁신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