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창당해 이듬해 39세에 대선 승리…'부자들의 대통령' 이미지
유류세·연금개혁 시도해 사회 갈등…우크라전쟁·코로나19 과제 산적
[프랑스 대선] 최연소로 대권 쥔 뒤 재선까지 성공한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44) 프랑스 대통령에게 다시 5년의 기회가 주어졌다.

만 39세였던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는 이름 앞에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2016년 새로운 중도와 제삼지대를 지향하며 전진하는공화국(LREM)을 창당했고, 이듬해 처음 도전한 대선에서 바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프랑스는 그간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에는 총선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며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LREM은 그해 6월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좌우로 나뉘는 정치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 세력을 표방하며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압승을 거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치지형을 뒤흔들었다.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프랑스 현대 정치사를 양분해온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이 쇠락하는 모멘텀을 마크롱 대통령이 만든 셈이다.

5년 전만 해도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53) 국민연합(RN) 후보를 32%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리턴매치에서 득표율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2017년 대선 때와 달리 마크롱 대통령 손에서는 프랑스를 개혁하겠다며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 신인 프리미엄이 사라졌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 위기가 남긴 흔적과 책임이 남아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외부에서 들이닥친 위기도 있었지만 개혁을 추진하면서 자초한 위기도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11월 유류세를 인상하려다가 민심을 건드렸고 결국 노란 조끼를 입은 반정부 시위대와 이듬해 봄까지 씨름해야 했다.

경찰은 노란 조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면서 강경 진압했고,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고 실명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류세 인상 방침을 철회했는데도 반대 시위가 이어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대화하면서 갈등을 풀어보겠다며 사회적 대토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렇게 성난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힌 것도 잠시. 복잡한 연금 제도 개혁을 추진하다가 2019년 12월 총파업에 직면해 국가 전체 교통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갈등의 불씨를 품은 연금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무기한 연기시켰다.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힌 마크롱 대통령은 총 3차례 전국 단위 봉쇄령을 내리면서 엄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으나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오명을 안았다.

[프랑스 대선] 최연소로 대권 쥔 뒤 재선까지 성공한 마크롱
휘청이는 경제를 되살리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고 여기에 힘입어 높은 실업률로 고전했던 프랑스는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노동자 측에서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온 마크롱 대통령이 해고 규정을 완화하고 실업 수당을 받는 기준을 강화했다고 비판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중 대규모 테러는 없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한 개인이 일으키는 테러는 잊을만하면 벌어졌고 결국 이슬람 극단주의 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슬람의 교육 방식부터 종교 시설 운영 방법까지 다양한 삶의 방식을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무슬림을 낙인찍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2020년 말에는 작전을 수행 중인 경찰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 처벌한다는 '포괄적 보안법'을 추진하다가도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은 원자력 정책 기조를 뒤집어 '원전 부활'에 앞장서 좌파 진영에 다시 한번 논란에 휘말렸다.

내치보다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퇴진으로 자리가 빈 '유럽의 지도자'로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외치와 대외 이미지에 더 무게를 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프랑스 대선] 최연소로 대권 쥔 뒤 재선까지 성공한 마크롱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국립행정학교(ENA)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산하 재무감찰국(IGF)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8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로 자리를 옮겨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사회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의 캠프에 몸담았던 인연으로 2012년 엘리제궁 경제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 신인 시절에는 직설적인 화법이 신선하고 속 시원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는 이런 스타일은 오만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아내 브리지트(68) 여사와는 고등학생 시절 사제 관계로 처음 만나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3명의 자녀가 있는 기혼자였던 브리지트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과 사랑에 빠지고 나서 전 남편을 떠났고 2006년 이혼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브리지트 여사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