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르펜 득표율 격차 5년새 32%P에서 16%P로 줄어
'1차 투표 3위' 극좌 멜랑숑 "총선 압승으로 총리 원해"
[프랑스 대선] 5년 전보다 더 분열…마크롱, 6월 총선 '비상'
5년 전과 똑같은 경쟁 구도 속에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프랑스 사회가 지난 5년 사이 얼마나 더 분열했는지를 보여줬다.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결선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누르고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2017년 대선 결선 때와 비교하면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5년 사이 32%포인트에서 15∼16%포인트로 줄어들어 르펜 후보의 지지층이 늘어났음이 확인됐다.

프랑스가 대선에 결선 투표 제도를 도입한 이래 극우 정치인이 결선에 올라간 것은 2002년, 2017년, 그리고 올해까지 총 3번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극우의 기반이 넓어져 왔다.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 장마리 르펜이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 후보로 결선에 진출한 2002년 그는 552만5천 표를 확보해 17.8%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7년 대선 결선에 진출한 르펜 후보는 아버지보다 500만 표 이상 많은 1천34만 표를 끌어모았고, 득표율은 33.9%로 올라갔다.

마크롱 대통령과 다시 한 번 맞붙은 올해 대선 결선에서 르펜 후보가 확보한 득표율은 41∼42%로 추정된다.

5년 사이 7∼8%포인트 안팎의 득표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프랑스 대선] 5년 전보다 더 분열…마크롱, 6월 총선 '비상'
여기에는 르펜 후보가 지난 5년간 와신상담한 노력이 반영됐을 수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은 보여준 모습에 다수 유권자가 실망하고 돌아섰기에 나온 수치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1차 투표 후 첫 주말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마크롱을 뽑자', '르펜을 뽑자'가 아닌 '르펜은 안 된다', '마크롱은 안 된다'는 구호가 중심에 있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프랑스 대학가에서도 마크롱 대통령도 싫고, 르펜 후보도 싫다는 시위가 잇달아 열렸고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데 지쳤다며 차라리 투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퍼졌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결선 투표율은 72% 안팎으로 추정돼 2017년 결선 74.6%보다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예측치가 맞다면 1969년 68.9%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이런 형국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가장 큰 부담은 6월 12일 1차 투표, 19일 2차 투표를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다.

여기서 여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해야 대통령이 뜻을 펼치기가 용이해진다.

[프랑스 대선] 5년 전보다 더 분열…마크롱, 6월 총선 '비상'
늘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대로 프랑스는 대선에서 한 정치세력이 승리하면 총선에서 다른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만약 여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법안을 아무리 많이 발의하더라도, 야당과 뜻을 맞추지 못하면 그야말로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LREM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고 불편한 동거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1.95%로 3위에 그쳐 낙선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총리 자리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좌파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확보한 멜랑숑 대표는 LFI가 총선에서 승리해 하원 다수당이 된다면 자신이 총리가 될 수 있다며 좌파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 5년 전보다 더 분열…마크롱, 6월 총선 '비상'
하원이 여소야대로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역대 대통령들은 이러한 선택을 해왔다.

좌파 진영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86∼1988년과 1993∼1995년, 우파 진영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97∼2002년이 그랬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 출마를 1년여 앞두고 창당한 LREM은 대선 승리 한 달 뒤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기염을 토했다.

그 덕에 하원에서만큼은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담은 법안의 무난한 통과가 가능했다.

그러나 5년 사이 달라진 판세를 보면 그때의 영광이 되풀이될지는 미지수다.

LREM은 2020년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공화당, 사회당, 녹색당에 밀려 참패했고, 2021년 레지옹 단체장을 선출하는 광역 지방선거에서도 존재감이 전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