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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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인종형평성 감사 바람이 유통 산업에도 불어닥쳤다. 아마존이 직장 내 인종 차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감사를 받기로 했다. 소수인종 채용 확대 위주로 이뤄졌던 인종 형평성(equity) 제고 움직임이 조직문화 점검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주 감사원에 따르면 아마존은 외부 기관에서 인종 형평성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사내 정책, 프로그램 관행 등이 미국내 시급제 직원 약 100만명에게 미치는 인종적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법무부 장관이었던 로레타 린치 변호사가 이번 감사를 주도한다.

아마존의 외부 감사 결정은 인종 형평성을 제고하라고 주주들이 압박한 데 따른 조치다. 이달 초 토마스 디나폴리 미국 뉴욕주 감사원장은 뉴욕주 공동퇴직기금을 대신해 다음달 25일 있을 아마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인종 형평성에 대한 독립 감사 여부를 표결에 부치는 안건을 제안했었다. 디나폴리 감사원장은 지난해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냈지만 당시엔 주주들의 과반에 못 미치는 44%의 지지만 얻으면서 안건 가결에 실패했다.

이번엔 아마존이 안건 표결을 막고자 SEC에 표결 면제를 요청했지만 지난 6일 거절 의견을 받았다. 이에 아마존은 독립 감사를 실시하는 쪽으로 선회해 디나폴리 감사원장, 뉴욕주 공동퇴직기금 등과 합의했다. 안건 표결에 관한 주주 제안은 철회될 예정이다. 뉴욕주 공동퇴직기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약 2797억달러 자산을 보유한 공적연금 운용기관이다. 뉴욕주 내 근로자들의 은퇴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은 그간 인종 차별 논란과 얽히면서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지난 2018~2020년 3년간 아마존에 고용된 저임금 시간제 근로자 40만명 중 60% 이상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인 반면 사무직 및 기술직에선 이 비율이 18%에 불과했다.

2020년엔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흑인 목숨은 소중하지 않다”는 문구가 쓰인 야구모자가 매물로 올라왔다가 비판이 일자 아마존이 뒤늦게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같은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으로 내보낸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토트넘의 다큐멘터리에서 손흥민 선수의 발언을 구체적인 내용 없이 ‘고함(shouting)’으로만 표시했다가 자막을 수정하기도 했다.

인종 차별 여부를 놓고 감사를 받는 건 아마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시티그룹이 미국 투자은행 최초로 인종 형평성 감사를 받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엔 JP모간체이스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연말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도 외부 감사를 받기로 하는 등 산업 전반으로 인종 형평성 감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흑인 직원수를 2025년까지 현수준의 2배로 늘리기로 한 구글처럼 인종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새 정책을 내건 업체도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