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2천500명·외국인 의용병 400명, 제철소에서 저항 중"
총리 "끝까지 싸울 것"…러, 기함 격침 뒤 키이우 등지 보복 공격
'항복 아니면 죽음' 러 최후통첩…결사항전 택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가 남부 마리우폴이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러시아의 17일(현지시간) 최후통첩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사항전을 택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마리우폴의 항만시설을 비롯한 도시 대부분의 지역이 러시아 통제에 들어가면서 함락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조우해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개전 직후부터 7주 동안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 공격에 시달리면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러시아 측은 현재 아조우연대를 주축으로 한 우크라이나 병력 2천500명과 외국인 의용병 400명이 도시 외곽의 제철소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에 은신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약 11㎢의 면적에 펼쳐진 이 제철소에는 군 병력뿐 아니라 어린이를 비롯해 다수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가 아조우스탈과 일리치 등 제철소 2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 무장 조직이 계속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측은 "순수하게 인도적 원칙에서 모스크바 시각으로 17일 오전 6시부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아조우 연대)와 외국 용병에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제안한다"며 "그러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통첩했다.

'항복 아니면 죽음' 러 최후통첩…결사항전 택한 마리우폴
러시아는 아조우스탈에서 버티는 우크라이나군이 외부로 보낸 무전을 감청한 결과 이들이 물이나 식량 없이 절망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면서 "저항을 계속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앞선 비슷한 제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 같은 통첩을 거부한 채 항전 의지를 다졌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미국 abc방송 '디스 위크'에 우크라이나는 가능하다면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내려는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할 의사는 없다면서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항전 의지에도 우크라이나 군대가 포위된 마리우폴을 조만간 구해낼 것이라는 희망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파괴로 마리우폴이 실질적으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은 러시아군에 포위됐다"며 "그들은 계속 항전하지만 러시아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기로 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는 동시에 지상군을 강화할 목적으로 해병대도 상륙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리우폴에선 산부인과 병동과 민간인이 대피한 극장 등에 대한 폭격을 비롯해 그동안 러시아군의 무차별적 공격이 자행돼 현재까지 적어도 2만1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보고 있다.

개전 이전에 인구 45만명이던 마리우폴에는 아직 시민 10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수주째 전기, 가스는 커녕 식량과 식수도 없이 러시아군의 포위를 견디고 있다.

'항복 아니면 죽음' 러 최후통첩…결사항전 택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길목인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이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주요 항구이자 귀중한 산업 자산을 잃게 된다.

러시아로서는 그동안 수도 키이우 등을 둘러싼 전투에서 고전하며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를 본 터라 마리우폴 점령이 개전 이래 가장 큰 '전과'가 될 수 있다.

또한 키이우 일대 퇴각 명분으로 삼은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할 여력도 확보하게 된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일단 장악하면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 조직인 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군대와 함께 동부 산업 지대인 돈바스 점령 작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13일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인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의 격침 이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다른 도시를 상대로 한 보복 공격도 재개했다.

17일 제2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당국은 도심과 북동부 주거밀집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 등으로 5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피란민이 대기 중이던 기차역을 상대로 한 미사일 공격으로 57명이 사망한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와 서부 르비우에서도 이날 폭발음이 들렸고 자포리자, 도네츠크, 드니프로 등지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