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 기함인 모스크바호 침몰은 2차대전 이후 러시아 해군 최대 손실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와 가디언지는 순양함이 침몰한 것은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가 격침된 이후 처음이라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이 소셜 미디어에서 "모스크바호 침몰은 매우 중요한 군사적 사건"이라면서 2차대전 후 러시아 해군 최대 패배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 넵튠' 지대함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러시아 군이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영국 봅 실리 보수당 하원의원은 전날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다녀온 뒤 "러시아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지 우크라이나 공격이 맞다"며 "러시아가 탄약을 부실하게 관리해서 미사일을 맞은 뒤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호' 침몰…러, 2차대전 후 최대 수모
러시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탄약이 폭발해 모스크바호 선체가 크게 파손됐으며, 항구 예인 중 악천후와 선체에 입은 손상의 영향으로 흑해에서 침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에 있는 싱크탱크인 전략 및 기술 분석센터도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넵튠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의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삭제된 이 글에는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모스크바호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미사일이 공격했다고 돼있다.

한 서방 관리는 국방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주장을 확인할 순 없지만 믿을만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추가 공격 우려 때문인듯 러시아가 전날 밤 군함 6척을 주요 해변에서 멀리 이동시키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마크 허틀링 전 미국군 유럽 사령관은 CNN 인터뷰에서 날씨 탓에 침몰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모스크바호가 향하던 세바스토폴항 주변 날씨는 기온 섭씨 4℃, 풍속 시속 6.4㎞에 약간 비가 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호 상황은 우크라이나 군과 관련된 자원봉사자가 가장 먼저 보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순양함에 불이 났고 바다에는 태풍이 불고 있다"며 "넵튠 지대함 미사일 2기가 배를 공격했다"고 적었다.

모스크바호 침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스카이뉴스는 분석했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 한나 쉘레스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함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은 해상 전투의 역학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모스크바호를 대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슬라바급 순양함이 3대 있는데 흑해에는 모스크바호 1대 뿐이고 다른 지역에서 가져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터키가 흑해 밖에 있는 군함은 보소포러스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스크바호는 단순한 군함이 아니라 공격 플랫폼이면서 대공 방어와 다른 군함 약 30척의 지휘 통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함이었다.

모스크바호의 군항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성능이 비슷한 S-300 대공 방어시스템은 흑해 북쪽 지역을 대부분 커버한다. 이제 흑해의 다른 러시아 군함들은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에 더 취약해졌다.

다만 모스크바호의 근거리 방어 무기는 러시아 기준으로도 낡아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이와함께 모스크바호 침몰을 경험한 러시아 해군은 전처럼 해안 가까이 과감하게 군함을 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군이 모스크바호를 넵튠 사정거리에 정박한 것은 위험을 과소평가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군의 후방을 찌르는 과감한 공격을 해 왔다.

지난달 29일에는 돈바스 지역 공격을 위해 중요한 벨고로드 탄약 창고가 날아갔고 다음 날엔 헬기가 러시아 연료저장소를 공격했다. 4월 12일엔 철교가 파괴됐고 14일엔 벨라루스 국경 인근 지역을 우크라이나 헬기가 공격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군은 진격을 하는 동시에 후방을 방어해야 한다. 영국 국방부는 정보 업데이트에서 러시아 물류 보급 문제에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13일 우크라이나가 후방을 계속 공격하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쉘레스트는 이제 우크라이나에 넵튠 미사일이 약 12개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품 공장은 일찌감치 러시아 공격을 받았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9일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부터 대함 미사일 더 보낸다는 약속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